배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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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출간한 〈배움의 조건〉(양장)의 보급판입니다
- [제1회 방송대 출판문화원 도서원고 공모] 교양도서 부문 최우수상 수상
작가정보
저자(글) 유성상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 UCLA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여전히 교육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 선생이다. 대학교 1학년 교육학개론 첫 시간에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직도 진지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한다. 과연 그 답을 제대로 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지만, 적어도 그 과정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교육이 제도화된 학교보다는 학교 바깥에서 이상적인 가치가 잘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평생교육을 학문의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학교 혁신, 공교육의 이상, 교육정치학 및 교육불평등과 같이 교육의 사회정치적 논쟁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의 지역에서 발전 문제를 교육과 연관 지어 연구하고 있다. 이 일을 하는 데 한국의 교육이 아닌 사람의 교육, 가능성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가 믿는 교육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늘 시끄럽고 혼란스러우며 갈등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힘이 된다. 적어도 교육이 희망인 이유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늘 시끄럽기 때문이다.
목차
- ㆍ감사의 말
ㆍ프롤로그: 영화로 교육 읽기
Part Ⅰ 교육, 운명에 맞서다
Chapter 1 포, 용의 전사 되다 쿵푸 팬더
Chapter 2 광부의 아들, 발레 고수가 되다 빌리 엘리어트
Chapter 3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천상의 소녀
Part Ⅱ 삶의 조건으로서의 교육
Chapter 4 글자로 세상을 읽다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
Chapter 5 인공지능이 스스로 성장하다 채피
Chapter 6 살기 위해 불을 찾아 나서다 불을 찾아서
Part Ⅲ 절망에 갇힌 학교
Chapter 7 학교에 전체주의가 살다 디 벨레
Chapter 8 완벽한 훈련의 끝을 보다 솔저
Chapter 9 학생, 덫에 갇히다 죽은 시인의 사회
Chapter 10 의사 만들기, 제 길을 잃다 패치 아담스
Part Ⅳ 희망을 향한 배움
Chapter 11 세상을 바꿀 원리를 찾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Chapter 12 리더십은 아이러니다 고독한 스승
Chapter 13 배움에는 끝이 없다 퍼스트 그레이더
ㆍ에필로그: 나에게 배움의 조건이란
책 속으로
기독교인이 바라보는 교육과 이슬람교인이 떠올리는 교육, 그리고 교육적이라는 것은 같지 않다. 전쟁을 겪은 어르신들의 세대가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이후에 태어난 세대와 어떤 교육이 좋은지에 대해 공감하는 바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프로그램’에 익숙한 사람들이 기대하는 교육의 성과는 도서관과 책만이 유일한 지식의 보고라 여기던 사람들이 기대하는 교육의 성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적어도 교육이 무엇인가에 관한 논쟁은 어떤 가치가 특정한 사회 속에서 실현되어야 하고 실천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만큼이나 복잡하다.
p. 21
학습의 성과로서 시험을 치른 아이들이 있고, 그 결과가 공개된다. 그런데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임원을 뽑는다거나, 혹은 시험 결과를 토대로 상위 학교로의 진학을 결정하는 일, 혹은 소수의 취업 기회를 놓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우그웨이 대사부가 한 것과 같은 납득불가한 결정은 어떤 상황을 야기할 것 같은가? 우그웨이 대사부의 결정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며, 근거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독선적이며 직관적인, 그리고 미리 공지된 선발의 내용과 절차를 무시한 비민주적인 결정이 될 것이다. 비록 그가 평생에 쌓아 온 높은 쿵푸 실력을 인정받고 대사부로서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가 내린 ‘우연적인’ 결정은 모든 이들의 삶과 공동체의 질서를 허무는 배반의 행위로 낙인찍힐 것이다.
p. 45
꿈은 사회적 상호관계의 결과일 뿐이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꿈은 자신이 속한 사회 구조, 정치-경제-문화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삶이 어느 곳을 향해야 하고, 맞닿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까지 고려해 철처하게 만들어진다. 따라서 누군가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자신의 ‘꿈’이라고 표현한다고 해도 그 ‘꿈’은 한계를 가진 꿈일 수밖에 없다. 그 꿈이 하고 싶은 것과 몸과 마음이 요구하는 ‘하고 싶어 하는 것’ 또한 그 폭과 깊이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꿈은 모든 개인에게 서로 다른 기회와 선택의 가능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모든 개개인이 갖는 꿈은 결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그래서 꿈을 묻고, 꿈을 이루어 나가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의 압력은 정의롭지 못하다.
pp. 99-100
종교 사회와 교육은 곧 보호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가진 삶의 기회와 선택을 억압하는 도구였다. 이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공교육의 이념과는 아주 다르다. 원래 공교육은 근대적 가치와 지식 체계를 전달함으로써 한 국가 공동체의 시민성을 형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정 국가에서 시민을 양산한다는 말은 개인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 주며, 개인과의 대화 과정을 전제한다. 그러나 종교적 교리에 따른 일체감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학교는 정해진 가치와 지식 체계, 사회적 규범, 규율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
p. 133
“배움은 인간이 아닌 기계에도 일어나는 것인가?” 배움은 단순히 축적된 코드를 입력된 명령에 의해 내뱉는 차원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4차 산업 시대로 명명될 사회에서의 배움은 인간이 아닌 기계와 기기에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게 될 것인가? 정말 채피와 같이 설계된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배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배움은 지식에만 관계된 것인가, 아니면 감정과 충동, 직관, 표현의 영역까지 넘어가는 것인가? 4차 산업 혁명과 교육 그리고 채피의 배움은 우리에게 묘한 긴장감과 풀기 어려운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 만약 다음 세대의 인공지능이라면 이 질문에 잘 대답해 줄 수 있을까?
p. 229
출판사 서평
교육학자의 눈으로 영화를 재해석하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국가가 제공하는 의무교육을 받기 위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것이고, 어지간한 개인적 문제가 없었다면 으레 고등학교까지는 졸업했을 것이다.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아무런 저항 없이 제도적 교육 속에서 길러진 우리는 배움의 진짜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민해 볼 기회가 있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얼핏 책의 표지와 목차만 보면 영화 평론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잘못된 판단이다. 이 책은 영화를 소재로 한 배움에 관한 이야기다. 교육은 사회과학 중에서도 매우 난해한 분야라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움의 현상과 가치에 대하여 논의할라 치면 자칫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그래서 저자는 배움의 의미와 가치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영화라는 소재를 이용하였다.
배움과 가르침은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왜? 배움은 늘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배움이란 과연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현상인지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나의 배움과 너의 배움은 같을 수 없다!
흥미롭게도 국내 최고 명문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아직까지도 진지한 답변을 하려 애쓴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세상을 잘 살아가도록 하는 방법 혹은 수단’이라고 여기고, 국내외의 저명한 교육학자들이 교육의 개념을 정의하였음에도 저자는 이에 상당히 동의할 수 없는 듯하다. 그 이유는 배워야 하는 당사자가 처한 개인적?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교육인 것’과 ‘교육적인 것’, 그리고 ‘교육이 아닌 것’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배움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도, 강남 아줌마들이 자녀를 강력한 입시 전쟁 속으로 몰고 가는 것도, 작금의 철학자들이 가르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자국의 평화를 위하여 군인에게 총 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도, 종교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가르침도 어찌 보면 모두 교육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것은 정말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삶을 채워 주는 필수적인 요소이자 삶의 근본적인 토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교육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려 한다.
“모든 것이 옳은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이 허용될 수 있는 배움의 방향도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되는 13편의 영화와 그에 대한 교육적 해석은 저자의 주관에 따른 것이다. 즉 영화 속에서 들려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넘어서서, 적어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저자의 관점을 잘 보여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의 배움과 너의 배움이 결코 동일하지도, 동일해지려 해서도 안 된다는 것 정도는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어렵다.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결코 쉬운 표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의 배움이 남의 배움을 일반화하고 동일시하기보다는 어떻게 다른지를 표현해 주는 주체적 배움으로 남아야 한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에 소개되는 13편의 영화는 ?쿵푸 팬더?, ?빌리 엘리어트?, ?천상의 소녀?,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 ?채피?, ?불을 찾아서?, ?디 벨레(파도)?, ?솔저?, ?죽은 시인의 사회?, ?패치 아담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고독한 스승?, ?퍼스트 그레이더? 등이다. 이 중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 ?쿵푸 팬더?, ?패치 아담스?, ?빌리 엘리어트?는 대중적인 인지도 문제를 넘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다. 그에 비해 ?불을 찾아서?, ?천상의 소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 ?파도?, ?퍼스트 그레이더?, ?고독한 스승?, ?솔저? 등은 개봉이 되었던 영화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최근의 영화 중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나 ?채피? 등은 그래도 제목 정도는 알려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총 4개 파트, 13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에 소개되는 영화는 ?쿵푸 팬더?, ?빌리 엘리어트?, ?천상의 소녀? 등으로 영화 속 주인공에게 주어진 숙명과 배움에 관한 이야기다. ?쿵푸 팬더?, ?빌리 엘리어트?는 이미 널리 알려진 영화이므로 줄거리 또한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두 영화 속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이 있지만 ‘타고난 재능’을 통해 숙명을 이겨 내고 성장하는 비슷한 이야기 구성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천상의 소녀?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있는 소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비극적 삶을 살아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트 2에서는 영화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 ?채피?, ?불을 찾아서?를 통해 삶의 조건으로서의 배움에 대해 다룬다.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는 글을 모르는 여주인공이 약 스무 살 차이의 어린 애인이 읽어 주는 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한다는 이야기다. 비문해자가 세상을 살면서 겪는 고통과 아픔을 그리고 있다. ?채피?에서는 배움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필요한가, 스스로 성장하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배움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불을 찾아서?에서는 어느 원시부족이 보다 진화한 부족으로부터 우연히 도구를 이용해 불 피우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현재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어 간다.
파트 3에서는 ?디 벨레?, ?솔저?, ?죽은 시인의 사회?, ?패치 아담스?를 통해 학교 또는 교육기관의 역할과 행태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디 벨레?는 학교에서 공공연히 나타나는 전체주의가 어떤 부작용을 낳는가에 대한 고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솔저?에서는 교육이 어느 한 개인의 삶을 편견으로 가득 채우는 과정을 보여 준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패치 아담스?에서는 학교의 전통이 학생을 덫으로 몰아가고, 거기서 개인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 준다.
파트 4에서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고독한 스승?, ?퍼스트 그레이더?를 통해 희망을 향한 배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믿음과 어느 한 개인의 실천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음에 대하여 다룬다. ?고독한 스승?에서는 뛰어난 리더십, 개개인 간의 협동과 합의가 만들어 내는 위대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퍼스트 그레이더?에서는 배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배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책속으로 추가]
지식과 기술은 자신이 배운 지식과 기술을 복잡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적절한 판단과 행동의 도구로 활용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매겨진다. 어떤 지식이나 기술이든 개인이나 사회 문화적인 맥락을 떠나 절대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식과 기술은 철저히 개인적인 상황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재해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은 누가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니다. 배움은 무한 반복으로 삶의 일부가 되든, 아니면 다급한 필요에 의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든, 누군가 시켜서 실현되어서는 안 된다. 나오에게 나타난 불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곧 불을 피울 수 있는 기술 습득과 재현으로 이어지기에는 좀 더 오랜 연습과 익숙함이 필요하다.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p. 262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공간일까? 무엇을 어떻게 하는 공간일까? 학교와 학교 바깥은 어떻게 구분될까? 개인이 학교라는 공간의 안과 밖에서 행동 양식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 주류 교육학 이론에 따르면 학교는 잘 짜여 있는 교육 과정을 통하여 학생들의 지식 체계를 공고히 해 주는 장이다. 여기서 지식 체계란 무엇이고, 그것이 잘 짜여 있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를 전달한다는 것의 사회·문화적 의미가 무엇인지 따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해진 것을 가르쳐 알게 하기도 바쁜데, 그것이 무엇이고, 왜 중요하고,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지식인지 따지는 것은 시간 낭비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 사회학적 논쟁은 불필요한 딴지에 불과하다고 본다.
pp. 297-298
두려움은 억압의 결과다. 억압은 사회 구조적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변화한다. 자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구조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분 짓고 있고, 정치문화적 상징의 소유, 혹은 실행 여부에 따라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두려움은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에게 받는 억압의 결과로, 혹은 지배자가 행사하는 억압의 결과로 피지배자에게 나타나는 감정이다.
p. 329
공부에 대한 흥미와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것이 필요할 때는 경쟁 심리를 이용한다. 그렇게 학교보다는 학원에서 습득한 기술들을 ‘무기’ 삼아 대학 진학을 위한 싸움터에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도록 판을 짠다. 이런 공부의 ‘판’ 위에서 자녀들은 부모가 짜 놓은 교육 계획에서 충실한 실행자가 되면 된다. 물론 그 성과를 부모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들인 시간, 들인 돈, 들인 정성에 비추어 자녀들은 자신의 학업 성과를 비용에 대한 효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문제는 모든 아이들이 닐과 같이 모든 교과에서 A를 받을 만큼 성실하고 똑똑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p. 364
‘교육을 한다(Doing education)’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오랜 연구 주제와 어떤 관련을 갖는가? 생각보다 이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교육은 사회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활동이면서 동시에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이고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교육이 사회 변화에 저항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전통을 가르치는 이유는 그들이 지켜야 할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가치와 내용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수하기 위함이다. ‘온전히 전수’한다는 말은 전달 과정에서 변화와 왜곡, 누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말 그대로 다음 세대가 자신들이 고귀하게 여기는 것을 똑같이 고귀하게 여기고 그대로 행동해 줄 것을 기대한다.
p. 452
지식을 선정하고, 세분화하고, 교과화하고, 세련된 교수법에 근거하여 전달하고, 지식의 습득 정도를 측정·평가하는 일련의 교육 과정·평가 모형은 교육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 환류 체계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환류 체계에 의해 학생들에게 지식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주체가 반드시 교사여야 할 필요도 없고, 만약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이 꼭 학교라는 공간일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인 공립학교에서 모두에게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p. 486
기본정보
ISBN | 9788920038532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20일 |
쪽수 | 528쪽 |
크기 |
153 * 225
* 32
mm
/ 73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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