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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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프롤로그: 나의 미국
1장 묵시록의 현재: 오늘의 미국을 비추는 거울
네이팜의 추억 그리고 사드
묵시록의 영웅 트럼프
국기와 국가
총의 묵시록
맥도날드 블루스
2장 묵시록의 신학: 미국인이 세상을 이해하는 기준
청교도에 관하여
미국의 세대주의 신학
미국 정치의 메시아주의
3장 묵시록의 시선: 미국에서 묵시록이 꽃피다
토크빌이 돌아본 미국
미국과 자연사: 제퍼슨과 뷔퐁 그리고 화석
헤겔의 미국
4장 묵시록의 문화: 시간 너머를 사유하다
핵폭탄 시대의 미술: 잭슨 폴락
길 위의 문학: 잭 케루악
미국과 영화
에필로그: 묵시록은 종말론이다
책 속으로
“청교도 신앙을 ‘재생산’한 당시의 한국 교회가 종말론에 치우쳐 있다는 그의 진단은 지금 들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브라운은 한국 교회의 그런 신앙을 『천로역정』과 비교해 설명했다. 하지만 망해가는 이 세상을 버리고 천국의 도시를 찾아 나서는 고행의 길을 우화로 그려낸 『천로역정』을 한국 교회가 사실적인 묘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 않은지 우려했다.”
「청교도에 관하여」 중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인 지지만큼이나 미국 정치의 메시아주의를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세상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복귀해야만 계시록의 마지막 예언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은 미국 보수 개신교 종말론의 중요한 부분에 속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때문에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아도 동요하지 않는 미국의 정책은 정치적 상식에서 벗어난 종말론의 차원에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의 메시아주의」 중에서
“심판을 통한 정의에 대한 신뢰다. 미국은 내가 아는 어느 나라보다 법에 대한 신뢰가 높다. 심판과 정의 그리고 죄와 벌 사이의 명확한 관계가 미국적인 것이고, 또 미국의 본질에 속한다는 시민적 믿음을 상업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토크빌이 돌아본 미국」 중에서
“성서적이라는 종말론과 다른 종말의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충돌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드러나는 건 서구 사상사에서 종말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일 수도 있다. 그 중요성은 오늘날 화석이 된 공룡의 뼈를 발굴해 모셔놓고 또 설치된 뼈를 보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현상은 생명이나 과학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종말에 대한 집념을 드러낸다.”
「미국과 자연사」 중에서
“추상표현주의는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항할 자유 진영의 대안이었던 것이다. ……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자유’였다. 미국에는 자유가 있고 소련에는 통제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CIA가 당시 극단적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던 추상표현주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핵폭탄 시대의 미술」 중에서
출판사 서평
미국의 역사와 문화의 저변에 묵시록의 종말론이 깔려 있다.
미국인의 정서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묵시록을 통해 오늘의 미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미국의 묵시록』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신학을 공부하고 연구해온 지은이가 실존적이며 학문적인 관심 대상인 미국이라는 나라를 자신의 관찰과 체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책이다. 서보명 교수가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묵시록이다. 묵시록은 감추어진 신의 뜻을 드러낸다는 의미[默示]이며 파국적 종말을 예정한 사유다. 서구 기독교 역사에서 비롯한 이러한 세상 이해가 종교적 사명을 띠고 새로운 에덴을 건설하려던 청교도에 의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꽃피고 그 세계관의 근본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묵시록은 미국인의 정서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으며 이 관점을 배제하고 미국(인)을 읽어낸다면 중요한 정신적 근거를 놓치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방인 학자의 일상에서 묵시록으로 그려낸 미국과 미국인의 진풍경
시카고에 거주하는 지은이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들은 모두가 묵시록의 관점에서 빗겨나지 않는다. 꽉 짜인 학술 논문이 아니라 개별의 글들을 한데 묶은 이 책은 미국을 이해하는 코드를 제시하고 체험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장 보드리야르의 미국론이나 레비의 미국 기행을 닮아 있다. 네이팜탄의 운송계획을 주민들이 막아 나섰다는 지역신문의 기사를 읽고 핵폭탄 그리고 사드로 이어지는 종말의 무기들에 관한 묵시록을 사유하고(「네이팜의 추억, 그리고 사드」), 동네 맥도날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백인 노인들과 이민자 일꾼들의 모습에서 종말에 관한 보편적 서사가 되어버린 자본주의의 묵시록을 발견한다(「맥도날드 블루스」).
“패스트푸드는 냉전 시대의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그 중심에 묵시록의 시간 이해가 있다. 자본주의가 끝나야만 새로운 시간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일축하며, 자본주의로 시간이 끝난다는 어떤 예언이 들어선 것은 아니었을까.”
「맥도날드 블루스」 중에서
또 수감자 비율이 높고 사형제도가 존치하며 민사의 판결을 내용으로 하는 TV 프로그램들이 누리는 인기에서 ‘심판을 통한 진리의 수립’이라는 묵시록의 코드를 읽어내고(「토크빌이 돌아본 미국」), 커다란 픽업트럭의 뒤꽁무니에 달린 성조기에서(「국기와 국가」) 그리고 일리노이주의 총기 규제 법안에 난 위헌 판결에서(「총의 묵시록」) 미국의 군사 문화와 총기 문화에 깃든 묵시록의 배경을 추적한다.
이렇듯 이방인 학자가 그려내는 미국 사회의 풍경은 비단 현실에 대한 스케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의 배경이 되는 신학적이고 역사적인 모색을 비롯하여 문학과 미술 등에 이르는 문화 현상에까지 폭넓게 나아간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신념은, 그리고 트럼프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러한 묵시록의 관점은 쉽사리 연결되지 않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신념을 조리 있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스라엘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총기 규제를 반대하며, 거대한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을 옹호하고 숭배하다시피 하는 배경에 종말론의 세계관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이러한 신념은) 이스라엘은 세상의 마지막 날에도 존속되어야 한다는 성서적 배경이 있는 이해를 비롯하여 국가 권력이 비대해지면 적그리스도의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국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하고, 신앙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있는 국가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개인의 총기소유가 허용되어야 하고, 신의 권한과 계획 속에서 이뤄질 세상의 몰락이 인간의 소비성향에 의해 좌우될 수 없다는 세계관에 근거한다.”
「미국의 세대주의 신학」 중에서
특히 지난 미국 대선에서 우리는 이 보수적 대중들의 강력한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예상 밖의 트럼프 당선에서 이들의 존재는 더욱 부각되었다. 지은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선과 악을 넘어선 니체적인 영웅”으로 또 그의 당선을 “묵시록의 혁명”으로 읽어낸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현대 정치의 문법이 아니라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비전”만으로 거둔 승리는 묵시록으로밖에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을 이길 수 있는 건 비판이 아니고 혁명뿐이다. 그리고 서구에서 일어난 모든 혁명의 주된 텍스트는 묵시록이다.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그들이 신앙의 이름으로 선택한 신자유주의 철학에 의해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땅히 비판해야 할 신자유주의의 실체는 찾지 못하고 그들이 대신 선택한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아니 아예 미래가 없는 묵시록의 혁명이 아니었을까.”
「묵시록의 영웅 트럼프」 중에서
서구 사상의 서자인 묵시록은 어떻게 미국의 역사에서 꽃피었나?
그 기원을 살펴볼 때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을 설명하는 일에 종교에서 비롯하는 이러한 관점이 우선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묵시록은 끝을 예정한 사유이고 그 끝에 대한 파국적 상상은 구원의 역사와 만나게 된다. 곧 미국(인)은 스스로에게 메시아적 사명을 수행하는 임무를 부과하고 이것을 동력으로 삼아 역사적 과제를 수행해왔다. 독립과 서부 개척,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진영의 보루가 된 것도 그 실천의 연장이었다. 이 책의 2장 ‘묵시록의 신학’에서는 17세기 청교도들의 종말론적 세계 이해가 20세기 근본주의 신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교리와 사상의 흐름으로 정리하는 가운데 이러한 미국(인)의 자기 인식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청교도들의 시대 이후 미국은 미래, 아니 하나님의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라는 자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 내용을 이 책에서는 묵시록이라 부르고 있다. 과거의 진리보다 미래의 예언에 의해 움직이는 정서적 성향은 미국의 정신을 특징짓는 요소다. 이를 증명하는 예는 청교도 신학과 독립의 선언, 서부 개척 시대의 논리 등에서 찾을 수 있고 최근에는 9·11 이후 미국의 사명을 재천명하는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의 세대주의 신학」 중에서
토크빌의 시대 비전에 담긴 종말론과 미국의 본질에 대한 논쟁들
그리고 묵시록의 사유가 담긴 문화 현상들
그러나 18세기 유럽은 미국을 그들의 세계관에 비추어 이해하지 못했다. 유럽인의 눈으로 파악한 미국은 새로운 에덴동산과 미래의 국가가 아니었다. 퇴보할 수밖에 없고 멸종과 종말을 상기시키는 땅이었다. 이를 유럽의 자연사 연구에서도 목격할 수 있고, 헤겔이 그의 역사철학에서 미국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헤겔의 미국」). 지은이는 자연사 연구가 집착해온 공룡에 대한 환상이 멸종이라는 종말론적인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라 이해한다(「미국과 자연사」).
또한 책은 미국에 대해 쓰인 가장 뛰어난 책이라 불리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토크빌의 시도가 프랑스혁명 이후 새로운 역사를 꿈꾸던 시대의 비전이 담긴 종말론의 현상으로 파악한다.
“독립을 위한 전쟁으로 알려진 미국의 혁명은 무엇보다 종교적인 전쟁이었고 혁명이었다. …… 프랑스혁명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예언과 계시의 사건이었다. 두 혁명을 정치 역사의 일부로 이해하는 건 후대의 해석이었고, 당대의 해석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인간에 대한 성경의 예언에 의존했다. 그 예언의 언어는 묵시록이었다.”
「토크빌이 돌아본 미국」
한편 지은이는 20세기 중반 미국의 문학과 예술계를 대표하던 잭슨 폴락과 잭 케루악 역시도 묵시록의 관점에서 해석한다(이 책 4장 묵시록의 문화). 핵무기 시대의 미국이라는 20세기 묵시록의 현장에서 폴락과 케루악이 묵시록의 종말론을 내면화한 예술과 문학을 이뤄낸 것으로 파악한다. 또 20세기 중반에 미국의 묵시록은 영화를 통해 세속사회 대중의 의식 속으로 스며든다. 묵시록은 할리우드 영화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고, 묵시록과 종말론의 역사는 현재 종교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에서 보편적인 무의식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에 함몰된 학문 공동체에서
자신이 속한 낯선 나라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 작업
서보명 교수는 자신의 주변을 성찰하고 인문적 시선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환기하는 저술 작업을 해왔다. 전작 『대학의 몰락』에서 자신이 속한 대학 공동체와 학문 사회가 신자유주의 이후 붕괴되는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냈다면 『미국의 묵시록』에서는 청소년시절 도미 이후 늘 이방인으로서 마음 한편에 품은 ‘미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처음부터 열띤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 논쟁은 17세기 영국의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발을 디딘 날부터 트럼프가 대통령인 오늘날의 21세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상징으로 보는 시각과 자본주의와 패권주의의 제국으로 보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대립하는 미국에 관한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미국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미국의 묵시록』은 제공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335741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1월 10일 | ||
쪽수 | 240쪽 | ||
크기 |
134 * 199
* 18
mm
/ 29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대우휴먼사이언스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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