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 우종영의 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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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18년 12월 2주 선정
나무와 함께하는 삶을 온몸으로 살아온 저자가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특유의 식물 감성을 바탕으로 쓴 인문과학 에세이다. 과학과 신화를 넘나들고 문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그의 문장은 인식론과 존재론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다. 상상계와 실재계가 섞여 든 스무 그루 아름드리나무와도 같은 스무 편의 글은 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평생 나무를 오로지하며 몸에 밴 깨달음을 아름다운 언어로 조탁해 독자에게 건넨다. 그의 깊은 나무 사랑과 연민이 묻어나는 통찰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저질러 온 비윤리 상황을 고스란히 비추고, 예비 나무의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힌다. 1세대 나무의사로서 겪은 가슴 아픈 순간과 나무와 교감하는 방식, 연민에서 비롯한 바람을 담은 이 책에는 독자 가슴에 주장 없는 웅변으로 스며드는 힘이 있다.
*‘바림’이란?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마르기 앞서 물감을 먹인 붓을 대어, 번지면서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일을 가리킨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문득문득 깨우친 것들을 차곡차곡 적어 두었다가 바림질하듯 부드럽게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싶은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작가정보
1954년 서울 정릉에서 태어나 자연의 품 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천문학자의 꿈을 품었던 중학교 시절, 자신이 색약이라는 사실을 안 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방랑길에 올랐다. 우연히 일하게 된 곳은 식물 온실이었고, 이후 하늘의 별 대신 땅 위의 별인 꽃에 빠졌다.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시작했던 꽃 농장 사업에 실패하면서 죽음에까지 몰렸을 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나무였다.
그때부터 오로지한 평생의 업이 시작되었다. 그는 나무가 보여 주는 고통의 언어를 들어 주고 치료해 주는 나무 관리회사를 차려 자신이 나무에게서 받은 것을 갚으며 살았다. 전국의 산을 구석구석 다니며 나무와 교감하고 공부하고 보살폈다. 왠지 끌리는 중앙아시아 평원을 해마다 다니면서 식물을 탐사하는 일도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이 느꼈던 나무 생태 감성을 어린아이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해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제 꽤 알려진 나무의사 작가가 되었다. 시민단체나 숲해설가를 대상으로 나무와 함께 사는 지구시민 윤리를 감성적으로 전하는 강의와 답사도 마다지 않고 다닌다. 그가 골몰해 소망하는 것은 나무들이 아프지 않고 사람들과 행복하게 동행하는 일뿐이다.
지은 책으로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게으른 산행》, 《게으른 산행 2》, 《풀코스 나무 여행》, 《나무야, 나무야 왜 슬프니》, 《나무의사 큰손 할아버지》 등이 있다.
목차
- 머리말_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하여 5
1 편지
길 위의 성자 17
신이 깃든 나무 34
숲의 왕 53
반려식물 73
2 예찬
향기로운 나무 95
뿌리 깊은 나무 113
아름다운 나무 133
죽지 않는 나무 153
3 본성
나무가 자라는 원리 173
나무를 이루는 요소들 193
나무의 몸 212
성과 나무 235
4 나무가 사람에게
몽상 261
걷기 281
풍경 301
치유 325
5 사람은 나무에게
오래된 나무를 부탁해 345
가로수의 법적 지위 362
의술에 대하여 384
나무의사의 윤리 405
참고문헌 422
책 속으로
첫 문장: 어느 날부터인가 나무들의 몸짓이 눈에 들어왔다. 난 그것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나의 어머니는 돌이었다.” 이 얼마나 간결한 문장인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식물의 위대함을 한마디로 압축해 툭 던진다. 최초의 땅 마그마로 이루어진 용암대지는 바람에 삭박되고 추위와 더위에 갈라지며 물에 깎인다. 바위는 갈라져 자갈이 되고, 자갈은 부서져 흙이 된다. 흙은 나무 몸속으로 들어가 몸을 이루고, 하늘과 땅은 비로소 나무에 의해 단단히 결속하게 된다. _36쪽
신화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변 세계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신화 구조 속에는 동물이나 식물 생태, 분류 축적이 감추어져 있다.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현상이나 대상에서 패턴을 인식하고 그것을 구체화하고 전승했기 때문이다. 신화에는 현대과학에도 뒤지지 않는 과학 정신이 깃들어 있으므로 신화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며 인문학의 출발이다. _41쪽
식물과 동물의 차이는 바둑과 장기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된다. 장기는 군사가 아무리 많다 해도 왕이 죽으면 게임이 끝난다. 왕을 대신해서 차나 포가 궁에 들어앉아 전쟁을 지휘할 수 없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바둑은 자기 집이 상대의 집보다 많으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바둑이 얼마나 식물적인가. 집만 있으면 되는 삶, 나무는 자기 몸을 집으로 삼고 스스로 집을 키우며 사는 존재다. _65쪽
가을 숲이 깊고 차분한 이유는 나무의 성장과 생식 욕망에 따른 소란한 언어는 사라지고, 나무 본연의 냄새를 깊은 곳에서 풍기기 때문이다. 마치 가을 단풍이 본래 그 잎의 색깔이듯, 본래의 냄새가 있음을 간과한 것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크나큰 실수였다. 그것은 마치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못 본 것과 같다. _110쪽
나무뿌리가 깊은 원인의 8할은 바람이다. 바람은 뿌리 없는 것들을 흩어 버리기도 하지만 부초 같은 삶에 깊은 생명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_113쪽
태풍이라도 불어오면 자작나무는 발광하듯 흔들어 대지만 결코 부러지는 법은 없다. 자작나무 가지는 낭창낭창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마치 먹을 가득 머금은 붓끝이 화선지 위를 미끄러져 가듯 부드럽게 휜다. _146쪽
아름다움이란 ‘아름’과 ‘다움’이 합쳐진 말이다. 아름은 품 안에 들어오는 그 무엇이다. 싸늘하게 식은 구들을 데우려고 나무를 한 아름 안고 돌아올 때의 ‘아름’이란 따뜻함이고, 그리운 사람을 안았을 때 품 안의 ‘아름’은 사랑이며, 아름다움은 하나됨이다.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서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_149쪽
만약 여러분 앞에 1,000년 된 나무가 있다면 대부분은 죽어 있고 올해나 작년에 태어난 세포들의 살아있는 현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태어나면서부터 죽음과 동거하는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다. 살아있는 것은 숨을 쉰다. 숨을 쉴 때마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만약에 나무의 모든 조직이 살아있다면 스스로 생산한 양분도 모자라 남의 것을 빼앗아 와야 할 것이다. _166쪽
나무도 가지를 뻗기 시작하면 ‘RUN’의 시기는 가고 ‘TURN’의 시기가 온다. ‘TURN’의 시기는 물리의 법칙과 중력에 대해 학습해야 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나이가 차면 어린아이가 학교에 가서 친구도 사귀고 달콤한 유혹에도 빠지듯, 나무도 곁가지를 치고 곁가지는 시련에 부딪치며 변곡점을 만든다. _178쪽
나무는 결핍이 있을 때 채우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휴식으로 바꾸며,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는다. 쫓기지도 허둥대지도 않으며 태연히 시간의 주인이 된다. 나무의 멈춤은 느림과 경계가 없다. _183쪽
마차 바퀴통은 중심이 비어야 살을 끼워 저항을 줄이며 구를 수 있고, 그릇은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사람도 어딘가 비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있듯이, 나무는 속을 비워 냄으로써 많은 생명체를 품는다. 나무가 속을 비운다는 것은 과거를 잊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망각하고 현재에만 존재하는 것, 나무의 본성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온전히 사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_190쪽
어린 가지는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려는 개척자와 같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허공을 향해 뻗어 나가려는 결기가 느껴진다. 여린 순을 내보내는 가지의 마음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허공을 향해 내젓는 가지의 끝에는 비장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 _230쪽
나무는 자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가 공기처럼 존재하듯, 공기에 대해 생각하며 숨 쉬지 않듯, 나무는 침묵으로 자유를 누린다. 모두가 자유를 찾아 움직이는 것을 선택했을 때,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택함으로 자유를 얻었다. _262쪽
변하지 않는 삶은 지옥과 같다.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고 내일이 오늘과 같지 않으므로 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는 것이 인생이다. 누군가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위로의 말을 한답시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위로한다면 인생의 맛을 알기는 하지만 유머는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모를까. “인생은 한편의 변주곡이란다. 지금은 단조가 흐르지만 곧 장조로 바뀔 거야.” _275쪽
자연은 매일매일 다른 것을 기록해 보여 주는 한 권의 책과 같아서 하루라도 걷지 않는다면 영원히 읽지 못하는 책을 쌓아 가게 되는 아쉬움을 남긴다. _294쪽
침엽수림과 달리 활엽수림은 변화를 즐기며 순환의 논리에 따른다. 회화로 비유하자면, 침엽수림은 몬드리안, 활엽수림은 칸딘스키 그림 같다. _314쪽
친구를 사귀는 일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풍경이 말을 걸어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무심히 바라봐야 한다. 나무의 풍경은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 아파 본 자의 눈,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을 열고 들어온다. _326쪽
‘유일한 가치설’은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상대적 가치설’은 인간이 자연보다 가치 있지만 자연에게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등한 가치설’은 자연이나 사람이나 모두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자, 당신은 어느 설을 지지하는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라. _352쪽
뇌세포는 신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지만 나무는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므로 중앙 서버가 없이도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다윈이 지금도 살아있다면 컴퓨터공학도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_375쪽
나무 진단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나무의 껍질은 나이와 환경을 대변한다. 세월에 따라 변하는 시간의 지문이다. 젊은 껍질과 늙은 껍질이 공존한다. 해쓱한, 까칠한, 촉촉한, 검은, 검버섯, 푸른, 이끼, 거칠고 부드러움, 질감과 색감이 조응하며 언어로 드러난다. 본질은 그 언어 속으로 숨는다. 마침내 나무의사는 언어를 뒤지며 원인을 찾아낸다. _401쪽
출판사 서평
풍부하고 폭넓은 자연과학 및 인문학적 소양에 감동하게 한다.
삶과 우주의 원리를 꿰뚫는 번뜩이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빛나는 단어나 개념, 선언적 문장을 대수롭지 않게 던지며 신뢰감을 준다.
그보다 더, 나무와 사람의 동거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낼 이야기꾼이 있을까.
늘 우리 곁을 지키는 경이로운 생명체
나무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식물과 인간의 삶은 토대가 같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 일원이라는 변할 수 없는 사실에서 그렇다. 근년 들어 식물과 나무, 정원 등을 다룬 책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끌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하고 또 다행한 현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식물을 인간의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도구로서 인식하고 더 많은 이용가치를 뽑아내려는 발상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기도 하다. 물론 숲이 미세먼지를 얼마나 많이 줄여 주는지, 물을 얼마나 많이 사람 가까이에 붙들어 주는지, 정서적으로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자연재해를 얼마나 많이 완화시켜 주는지…… 하는 것은 식물과 인간의 공생 관계에서 변하지 않는 계약이다. 혹여 이 논리만 유효하다 하더라도 이 계약이 지속가능하려면 윤리가 필요하다. 나무를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동료로서 보는, 처음부터 엄연히 있었던 공생 관계의 윤리 말이다.
저자는 “고통에 싸인 나무를 보며 느낀 연민과 그들에게 권리를 찾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는 자작나무 숲이 바람에 춤추는 기척을 느끼며 새벽 2시면 일어나 책상 앞에 정좌해 바림질하듯 한 자 한 자, 한 편 한 편 글을 쓰며 다섯 계절을 보냈다. 그렇게 써 내려간 스무 편의 글에는 10대 시절부터 나무와 함께 살면서 얻은 산 경험과 식물성 정서, 나무를 향한 연민 그리고 남다른 호기심과 열정에서 비롯한 방대한 독서량이 빚어 낸 다양한 지식과 견고한 지혜가 가득하다. 이만큼 종횡무진 자신감 있고 흥미롭게 나무와 사람의 공생을 풀어 낼 수 있는 이야기꾼도 없으리라. 그래서 이 책은 1세대 나무의사가 부르는 백조의 노래라고도 할 만하다.
파우스트가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생명나무의 녹색뿐”이라고 말했듯, 사람은 오로지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 아닌가.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 삶을 선택하고 녹색 풍요로 지구를 덮었기에 비로소 인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같은 사실을 다섯 부로 나눠 완곡한 어조로 전한다.
제1부에서는 인간과 가까이 살아온 나무를 네 유형으로 나누고, 각 나무가 보낸 편지를 나무의사로서 해독하고 해설하며 변호했다. 나무가 사람과 관계 맺어 온 방식, 살아가는 원리, 애환, 요구를 담았다. 제2부에서는 인간의 능력과 감각을 압도하는 나무의 능력과 미덕을 찬양했다. 나무는 인류의 토대이며, 실제로 우리가 나무에게 얼마나 많이 빚지며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제3부에서는 나무가 살아가는 방식(생리학)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나무에 관한 산지식을 알려 주고 잘못된 상식도 바로잡았다. 제4부에서는 우리 삶을 관통하는 통찰과 지혜로 가득한 아름다운 글들이 펼쳐진다. 숲에서 나무와 교감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지닌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제5부에서는 나무의사로서 환자인 나무의 애환을 대변하고,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는 무엇인지를 알려 주며, 지구시민으로서 그 윤리를 지켜 나가기를 당부했다. 이러한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인류를 낳고 보살핀 나무의 정령이 전하는 말처럼 들린다.
기본정보
ISBN | 9788997429974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1월 30일 |
쪽수 | 424쪽 |
크기 |
154 * 226
* 25
mm
/ 61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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