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하나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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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종림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재학시절, 학보사 사진기자로카메라를 메고 현장을 누볐다. 졸업 후에는 〈과학동아〉,〈마이크로소프트웨어〉 등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현재는 IT 및 과학 소식을 전하는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직업은 플루티스트. 뒤늦게 음악의 매력에 빠져 플루트를 다시 전공했다. 어느 날 “미국에서 한번 살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네 살배기 딸 지호와 초코,제시카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미국 연수를 따라갔다.
연수를 마치고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편과 2년간 미국에 체류하며 노스캐롤라이나를 베이스캠프 삼아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종횡무진 40여 개 주를 여행했다. 대학 학보사 사진기자 모임에서 처음 만난 남편은 삼식이 남편으로 생활하며 여행 계획짜기부터 캠핑카 운전, 사진 촬영까지 도맡는 여행 마스터가 되었다. 딸과 두 냥이를 끼고 있는 것만으로 꽁냥꽁냥 할 거리가 많지만 늘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찾고 있다.
작가 브런치 https://brunch.co.kr/@lumen002
사진 이종림
작가의 말
우리는 남편의 회사 연수로 인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기간이 정해진 삶을 살았다. 그동안 가장 주력한 건 영어학습도 쇼핑도 아닌 여행이었다.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미국을 가로지르며 40여 개 주를 여행했다. 때로는 캠핑카로, 때로는 텐트만 들고 잘도 돌아다녔다. 미국인도 가기 힘든 미국 안의 숨어 있는 진주 같은 곳을 구석구석 쏘다니며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놀라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보냈다.
우리가 미국에서 ‘잘’ 살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미국에 있는 동안 우리 가계는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한없이 기울었다. 지호가 너무 어려서 영어교육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만의 여행을 자유로이 즐기고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그런 경험들은 이제 와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으로 남았다.
2년이란 시간은 길고도 짧다. 처음엔 몰라서 헤매다 이제 좀 살만하니 돌아와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짜를 정한 뒤부터 미국에서의 모든 게 아쉬워졌다. 마지막 여행, 마지막 가을, 마지막 3월, 마지막 하루. 그렇게 수많은 ‘마지막’들을 챙겨 보내고 안녕을 고했다.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멋모르고 살다가 알 만할 때 떠난다. 이 책은 미국에서의 삶과 여행을 조금이나마 소개해보려고 쓰기 시작했다. 우리처럼 미국에서 살아갈 준비를 하는 이들,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 그저 자유롭고 싶은 이들, 인생이라는 큰 여정 위에서 방랑하는 이들에게 공감할 만한 무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지호가 더 커서 이 책을 읽을 때, 이런 아름다운 시간이 있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지속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목차
- Prologue 두근두근 내 마음속 미지의 세계
# Road Trip 1
캠핑의 시작은 안단테로
우리 여행의 베이스 캠프 _노스캐롤라이나
총천연색 미국식 단풍놀이 _스모키마운틴
회한의 임프로비제이션 _뉴올리언스
회오리 지나 무지개 너머 오즈의 세계 _캔자스
그들의 크루즈는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였을까 _바하마
시카고 피자처럼 끈적끈적한 블루스의 도시 _시카고
짧지만 강렬했던 ‘마일 하이’의 추억 _콜로라도
한여름의 혹한기 훈련 _옐로스톤
눈의 여왕에 사로잡힌 첫 캠핑카 여행 _ 캐나다 밴프
# Road Trip 2
때로는 여행처럼 때로는 일상처럼
화려함과 황량함 사이 과감한 배팅 _데스밸리
겨울에 스타우트가 더 끌리는 이유 _포틀랜드
미국 최남단에서 잊지 못할 힐링 캠핑 _키웨스트
붉은 사막에서 피어나는 자유 _유타
달빛 아래 피리 부는 코코펠리의 미스터리 _애리조나
영원이 새겨진 규화목의 숲 _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은하수가 흐르는 밤의 캐니언에서 _ 그랜드, 자이언, 브라이스 캐니언
오로라, 그 찬란했던 순간 _아이슬란드
나의 오랜 친구 같은 그 이름 _오스틴
대자연을 깨우는 나바호의 아침 _ 모뉴멘트 밸리, 앤텔로프 캐니언
꿈과 환상의 테마파크 투어 _올랜도
# Road Trip 3
여행의 끝에서 비로소 알게 된 것들
냥이들과 4,000킬로미터 미국 횡단 대장정 _ 루트66
기차타고 떠나는 선물 같은 하루 _듀랑고
이국적인 너무나도 이국적인 _산타페
세상의 끝, 하얀 사막에서 발레를 _화이트샌드
아메리카 대륙에서 만나는 프랑스 _ 캐나다 퀘벡
브루클린 다리는 그리운 흑백사진처럼 _뉴욕
낯선 지구의 모습을 발견하는 신비로운 호수 _모노레이크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끝에 만난 감미로운 도시 _샌프란시스코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닮은 마지막 여행 _로스앤젤레스
나의 무채색 고양이들 _마이스위트홈
Epilogue 여행사진을 찍는다는 것
책 속으로
여행을 끝마쳤는데 아직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뭘까. 편안하면서도 낯선 무언가가 나쁘지 않았다. 일상이지만 괜히 새롭고 설레던 그 느낌이 가끔 그립다.-24p
사람들은 전망대에 나와서 멋진 자연의 쇼를 감상했다. 스모키마운틴의 장엄한 일몰만큼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멋진 광경이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보거나, 캠핑의자를 펴고 앉아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해가 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했다. 그때 처음 배웠다. 기다림도 여행이다.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고, 눈앞의 풍경이 다채롭게 바뀌어가는 과정을 기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32p
정열적인 붉은 토양과 쨍하던 햇살, 신선한 공기를 거스르던 고산병의 기억. 콜로라도의 톡 쏘는 첫인상도 목 넘김이 부드러웠던 광천수처럼 어느새 온화하게 바뀌어 있었다. 한여름에도 키만큼 쌓여 있던 눈, 아기자기한 예술의 거리, 저마다의 개성이 분명했던 풍경이 모두 콜로라도였다. -88p
옐로스톤에서 살아(?) 돌아오니 어느덧 ‘캠알못(캠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벗어난 지 8개월째. 한여름에 가장 추웠던 옐로스톤에서 이틀 밤이나 견딘 우리의 경험은 무용담이 됐다. 어느 곳에 여행을 가든 “옐로스톤에서도 잤는데 뭘”이라며 한 단계 진화된 전투력을 자랑한다. 행복감만큼 고생길도 동반되는 캠핑의 매력. 때로는 비를 맞고 추위에 떨면서도 캠핑을 즐기게 됐다 ?108p
아이를 데리고 나오자 잠시 하늘이 맑게 개었다. 별자리가 그려진 천구를 엎어놓은 듯 별이 쏟아질 듯 눈부시게 빛났다. “와, 엄마, 별이 엄청 많다.” 하늘 가득한 별을 본 그날 밤을 아이는 그림을 그려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오로라는 못 봤지만 아이의 반짝이는 두 눈에 수많은 별을 담아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212p
해가 떠오르고도 한참을 캠핑의자에 기대어 바라봤다. 한낮의 강렬한 대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뉴멘트 밸리의 일출은 신성한 나바호의 자연만큼이나 경이로웠다. 고요한 밤하늘과는 또 다른, 넘치는 생명력을 듬뿍 느끼며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249p
언제나 한 번뿐인 순간이 사실은 마지막이고 늘 아쉽다. 그 아쉬움의 의미를 우리는 이제야 어렴풋이 알아가는 듯하다. -261p
End of the Trail. 우리는 루트66의 종착지에 웃으며 섰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주유소의 추억, 누군가에게는 눈부셨던 청춘에 대한 추억, 누군가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현재 진행형의 시간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루트66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 길 끝에 서서 비로소 우리가 왜 이 여행을 떠나야 했는지 알 것 같다. 고양이들까지 함께한 우리 가족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 언제까지고 그리울 것이다. -288p
지금의 일상에서 보너스 같은 하루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아마 다시 캠핑 짐을 싸서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까. 그곳에서 또 어떤 재미난 추억을 만들지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297p
미국에 와서도 사막을 찾아 여러 곳을 다녔다. 어떤 복잡한 세상도 하늘과 땅으로 이분할 해버리고 마는 강렬함에 흠뻑 반하고 왔다. 유타의 붉은 사막, 데스밸리의 지저분한 사막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사막은 신비로운 화이트샌드의 하얀 사막이었다. 세상의 끝이 있다면 그런 풍경이 아닐까. 화이트샌드를 직접 발로 밟아보기 전까지는 어떤 곳일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309p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게 근사한 경험이라면, 고양이와의 여행은 특별한 추억이다. 그렇게 고양이와 함께 한 여행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떠올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그런 시간들을 마음 한 켠에 두고 다시 평온한 나날을 꿈꿔본다. -387p
사진은 비단 ‘찍는’ 사람만의 인상적인 체험이 아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한 번 더 미소 짓고, 멋진 포즈로 사진 찍히려 애쓰던 아이에게도 남다른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을 찍고 찍히던 우리의 모습은 3×5인치 인화지를 벗어나 더 크고 아름다운 프레임 속에 머문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여행 가방을 꺼낼 때면 늘 카메라부터 챙긴다. 그리고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셔터를 누른다. 한 컷은 나를 위해, 한 컷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393p
출판사 서평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최근 원조 아이돌 그룹 핑클의 이효리와 멤버들이 캠핑카를 타고 훌쩍 떠난 TV프로그램 〈캠핑클럽〉이 화제였다. 캠핑족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 그녀들처럼 한번쯤 캠핑카 여행을 해보고 싶은 로망이 누구나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풍광 좋은 곳에서 오순도순 별을 바라보며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함께한 시간은 그 어느 순간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여행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마법과도 같다. 작가는 낯선 곳에서의 삶과 여행의 기억을 더 많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캠알못(캠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작가는 2년 동안 미국 40여 개 주를 종횡무진 캠핑 여행을 다녔고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광활한 자연 속에서 분주하게 여행다니던 그때가 그립다. 낯선 미국 땅에 도착한 7월의 어느 날, 햇볕은 뜨겁고 거리는 초록으로 빛났다. 그해 여름 노스캐롤라이나의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우주만큼 넓었다.
어떻게 보면 지호네 가족의 미국에서의 삶 전체가 통째로 하나의 장기 여행과도 같았다. 미국인도 교민도 아닌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늘 체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편하고 익숙한 한식당보다 동네 브루어리에 가서 사람 구경하기를 즐겼고, 아이에게 영어 한마디 가르치기보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여주러 다녔다. 황무지가 끝도 없이 펼쳐진 무의미한 땅에서 아이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고정된 틀에 맞춰 아등바등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생각들이 무참히 깨졌다. 딸아이의의 프리스쿨에서 만난 학부모들, 교회에서 만난 교민들,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을 통해 조금은 다르게,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 사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향해 일제히 방향을 잡고 줄 서서 ‘집’과 ‘교육’에만 올인하는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삶이 이제와 팍팍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때로는 여행처럼, 때로는 일상처럼
네 살배기 딸아이와 초코, 제시카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남편의 미국 연수를 따라나설 때만 해도 잠시 머물다 올 줄 알았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어느새 일상이 여행이 되어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놀라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두 번의 사계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해질녘에는 반딧불이가 반짝였고 밤이 되면 하늘에 별빛이 은은했다. 봄에는 옆집 마당에 분홍색 꽃나무가 피었고 가을에는 마을 어귀의 나무들이 붉게 변했다. 겨울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여서 사흘 내내 집에만 갇혀 있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사계절을 두 번 보내는 동안 어느새 일상은 노스캐롤라이나라는 지역에 스며들어갔다. 지은 지 20여 년이 된 낡은 이층집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고 높은 천장에 커다란 팬이 돌아갔다. 앞뒤에 조그만 뜰이 있고 언제든 바깥으로 통하는 유리문으로 경치가 보였다.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고, 방충망은 낡고 벌레가 많았으며, 창문도 삐걱거렸지만, 그 모든 단점을 덮을 만큼 위치와 환경이 좋았다. 노스캐롤라이나를 베이스캠프 삼아 때로는 캠핑카를 타고, 때로는 텐트만 달랑 들고 캠핑 여행을 다녔다.
낯선 미지의 땅에서 그들의 여행은 용기 있는 모험이었다. 미국인도 교민도 아닌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늘 체험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그녀는 육아휴직을 낸 남편과 함께 2년간 일상의 대부분을 캠핑과 여행으로 채우며 살았다. 루트66, 그랜드 캐니언, 나파밸리, 화이트샌드, 옐로스톤, 바하마, 밴프, 아이슬란드 등 미국인도 가기 힘든 숨어 있는 진주 같은 곳을 구석구석 쏘다니며 얻은 경험들은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으로 남았다. 냥이들과 함께한 4,000킬로미터 미국 횡단 대장정, 오로라를 보게 된 찬란했던 순간들, 붉은 사막과 하얀 모래 사막에서의 자유를 뒤로 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그녀는 새로운 인생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8690427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2월 05일 |
쪽수 | 396쪽 |
크기 |
138 * 192
* 32
mm
/ 53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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