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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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의 이분법을 넘어
《우먼스플레인》은 인터넷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유튜브 방송을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저자 이선옥은 일찌감치 ‘공정’과 ‘기본권’의 관점에서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의 이분법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왔다. 《우먼스플레인》에서 저자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개그맨 황현희와 함께 '안희정 사건의 문제점', '이수역 폭행사건의 진실',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까닭', '여성도 반대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 사회적 논란을 촉발한 젠더이슈를 특유의 이성적 논리와 정제된 언어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작가정보
작가. 2010년 제18회 전태일문학상 기록문 장편 부문을 수상했다. 여러 매체에 노동 르포와 언론, 여성, 인권에 대한 글을 써오다, 2018년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만났다. 젠더이슈 전문 프로그램인 《우먼스플레인》을 진행하면서 글을 쓸 때와는 또 다른 삶을 경험하고 있다. 말과 글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무섭고 무거우면서 매력적이다.
전태일문학상수상집 《그대 혼자가 아니랍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마》를 함께 썼고, 《섬과 섬을 잇다》 1, 2권은 기획과 집필에 함께 참여했다. 1인 미디어 ‘이선옥닷컴(http://leesunok.com)’과 유튜브 채널 ‘썬튜브(http://bitly.kr/tEXn6I)’를 운영 중이다.
저자(글) 김용민 (도움)
《우먼스플레인》 기획자. 유튜브 채널 <김용민TV>를 통해 다양한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 진행 중이다.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우먼스플레인》에 참여했다.
시사 풍자 개그로 인기를 얻은 방송인. 보통 남자의 시선으로 좋은 질문을 던져 《우먼스플레인》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로 무대를 넓혀 활약하고 있다.
작가의 말
“모든 사안을 판단하는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훼손하지 않고, 시민 사이의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공정성'이다. 《우먼스플레인》은 이 기준을 근거 삼아 이슈마다 합리적인 판단과 분석,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목차
- 들어가며: 낯선 개념에 휘둘리지 않기
1장. 여성혐오는 안 되고 남성혐오는 허용되는가
2장. 유명 페미니스트들의 말, 말, 말
3장. <나의 아저씨>는 여성혐오 드라마인가
■ 이념형 악플러의 등장
4장. 진보언론의 책임을 묻는다: 이수역 폭행사건
5장.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 프레임
6장. 기본권이 밀려난다 1: 성범죄 무고수사유예지침
7장. 기본권이 밀려난다 2: 여성폭력방지기본법
■ 스페인 젠더폭력법 살펴보기
8장. 펜스룰은 죄가 없다
9장. 위기의 무죄추정원칙: 안희정 1심판결
10장. 성인지감수성? 대법원에 이의 있습니다
■ 2차 가해를 생각한다
11장.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2030 남성들
12장. 평등사회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
책 속으로
저는 본질적으로는 정부의 국정철학에서 기본권과 여성 인권을 동등하게 여기면 안 된다고 봅니다. 페미니즘이 곧 성평등이 아닙니다. 성평등은 가치고, 페미니즘은 이즘이에요, 이념. 정부가 추구해야 되는 것은 가치이지 이념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은 성평등과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뜻이라고 전 이해합니다. 페미니즘 대통령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은 이념이고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한 가지 방안이에요. (259쪽)
국민의 기본권이나 권리 같은 것에 대해서, 개별 인간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집단으로 해석합니다. 권리의 단위는 개인이에요. 그런데 여성이라는 집단 전체를 약자로 놓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인권과 기본권이 계속 후퇴하고 있습니다. 그걸 좀 아셔야 돼요. (231쪽)
젠더감수성이 모든 인권 감수성에 비해서 더 특별하고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기본권에 더 방점을 찍고 있어서, 젠더감수성을 가지라는 요구도 기본권을 더 충실하게 보완하고 이행하기 위한 요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39쪽)
예를 들어, 산재 사고로 1년에 1700?1800명가량 사망합니다. 하루에 4?5명꼴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인데 90% 이상이 남성입니다. 여성 사망자는 60?70명으로 5?10%입니다. 그렇다고 이걸 젠더 문제로 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특수하게 남성이 사고가 많이 나는 영역이 있지만 젠더 문제로 해결할 순 없어요. 그리고 여성 사망자도 소수지만 똑같이 중요해요. 그래서 모두의 안전을 고려한 정책을 설계해서 약자 배려도 같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도록 해야 해요. 치안 문제도 치안지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 여성 안전도 확보할 수 있거든요. 이 관점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된다는 겁니다. (289쪽)
현실적으로 계속 드러나는 피해에 대해서 지금 우리 정부가 혹은 국가권력이 어떤 신호를 주고 있냐는 거죠. 청원이 이렇게 단기간에 몇 십만이 된다는 건 유효한 여론이거든요. 그러면 국가가 공정한 신호를 줘야 하고, 어떤 국민의 기본권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겠다는 정도로 신호를 줘야 하는데, 지금 그게 안 되는 상황인 거예요. 국가는 위헌적인 지침을 만들 게 아니라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127쪽)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폭력, 스토킹처럼 성별에 기반한 폭력들은 어떤 성별이든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법은 해당 폭력 행위를 규제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만들고, 권리의 적용 단위를 개인으로 해서 명확하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폭력이든 피해자는 개인이잖아요. 이 개인을 구제할 수 있는 게 법적 기능이에요. 그런데 이번 법은 개인이 어떤 성별에 속하느냐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됩니다. 같은 폭력을 당해도 여성이면 법의 보호를 더 받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거죠. (151쪽)
그래서 저는 여성혐오라고 할 때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해요. 첫 번째는 개념의 오남용, 두 번째는 이중 잣대, 흔히 우리가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남성혐오는 존재할 수 없지만 여성혐오는 존재한다는 이중잣대 문제, 세 번째는 혐오의 언어에 시민권을 부여해주는 진보진영의 문제. 이 세 가지가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17쪽)
예전에는 국가권력이 언어와 표현의 규제로 창작자를 검열하고 억압했다면 지금은 소비자라는 대중의 이름으로 검열이 들어옵니다. 국가가 검열하면 차라리 싸우기 쉬워요. 내가 정치적으로 올바르니까. 그런데 이건 대중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명분으로 들어오니까 싸우기 굉장히 어렵죠. 그리고 주로 진보매체들이 스피커 노릇을 하면서 계속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8쪽)
출판사 서평
설명하는 여자, 이선옥이 선 자리
‘노동·언론·여성·인권 문제에 앞장선 르포작가’로 평가받으며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선옥 작가. 그녀가 젠더이슈를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우먼스플레인>의 논객으로 등장했다. 약자는 늘 옳다는 언더도그마에 빠진 진보 진영에 쓴소리를 하고, 페미니즘이란 이념을 시민의 기본권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는 여성계를 경계한다. 딱, 안티 페미니스트로 오해받기 쉽다. 실제로 그런 오해와 비난이 저자를 따라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페미니즘을 비판하지만 안티 페미니즘과도 거리를 둔다. 시민의 기본권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각각의 젠더이슈에서 생각해봐야 할 지점들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며,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촉구할 뿐이다.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누구의 편도 아닌 자리, 굳이 말하자면 진리가 속한 자리, 그곳이 이선옥이 서고자 하는 자리이다.
결론이 나와 같은가, 다른가만을 따지기보다 그 결론이 타당한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를 세심히 살피고, ‘약자의 편이 무조건 옳다’는 섣부른 선언보다 ‘정의의 편에 서서 그 결과로 약자를 지키는 방식’을 고민한다. 더디더라도 그것이 결국은 모두를 위한 진보라고 믿기에.
페미니즘 뉴웨이브 시대
낯선 언어에 휘둘리지 않기
최근 5년 사이 강남역 살인사건, 메갈리아와 워마드의 탄생, 미투 폭로, 이수역 폭행사건 등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런 사건들은 여성혐오, 미소지니, 미러링, 젠더폭력, 성인지 감수성 등등 낯선 개념어들을 대중적으로 부각시키며 뜨거운 젠더이슈로 자리잡았다.
진보 언론과 지식인 들은 젠더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하기보다는 ‘그동안 억압받아 온 약자 여성’의 주장에 동의하고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동조하는 진보 정치인들에 힘입어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는 짧은 시간에 대중문화의 테두리를 넘어 교육, 법률, 정책에까지 반영되기 시작했다. 최근 발의된 미투 법안만 무려 200여 개에 이를 정도다.
이선옥은 이를 페미니즘 진영의 언어 선점이 ‘운동의 성공’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한다. 성별 전쟁의 최전선에는 페미니즘 진영이 빚어낸 낯선 개념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사회적 판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페미니스트들의 일방적 정의를 섣불리 받아들인 결과, ‘여성혐오는 가능하지만, 남성혐오는 불가능하다’ ‘롤리타는 범죄지만 쇼타는 취향이다’라는 식의 비상식적 억지 논리가 버젓이 방송되고, ‘성인지 감수성’ ‘2차 가해’처럼 개념조차 모호하고 아직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용어들이 법률에까지 반영될 수 있었다고 진단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낯선 개념어들이 명료하게 정의되어 있는지를 따져 묻는다. 법률에까지 스며든 개념들은 과연 오남용 없이 정확하게 쓰이고 있는가? 마치 개념의 명료화를 통해 언어의 미혹에서 벗어나려는 분석철학자처럼, 저자는 명료하게 정의되지 않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통용되는 용어들의 ‘대강의 의미’가 놓치고 있는 지점들을 세세하게 밝혀 보인다.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묻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정의조차 되지 않은 용어들이, 운동 차원의 주장을 넘어 법과 정책에까지 반영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이런 작업을 통해 저자는 말하고 싶어 한다. 시민 모두의 기본권이 어떤 이념보다도 우선한다는 것, 그리고 오남용되는 용어 사용과 편향된 언론 보도 속에서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모든 사안을 판단하는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훼손하지 않고, 시민 사이의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공정성'이다. 《우먼스플레인》은 이 기준을 근거 삼아 이슈마다 합리적인 판단과 분석,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 저자의 말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경우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통과를 앞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단 하나의 표현 때문에 진통을 겪었다.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란 문구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젠더폭력’이란 개념이 생소했던 이들은 자구를 수정하든지 법안 제목을 수정하라고 요구했고, 어떻게든 여성폭력이란 단어를 지키고 싶었던 여당은 결국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 20~30대 남성들의 강력한 반발은 둘째 치고, 기존 법과 상충되어 법안 공포와 동시에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처했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 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포퓰리즘’ 공약과 여성계의 과욕이 가져온 결과다. 저자는 여성을 법적 약자로 규정한 이 법이 헌법 11조가 보장하고 있는, 모든 이가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을 권리를 위반한다고 말한다. 즉 개인이 어떤 성별에 속하느냐에 따라 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법에 들어간 ‘여성혐오’나 ‘2차 피해’ 등 법률적으로 개념이 정의되지 않은 용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에 원칙에 위배되며 이는 기본권의 후퇴를 가져온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수사 재판 과정에서 겪는 사후 피해, 따돌림, 불이익 조치 등을 지칭하는 2차 피해를 보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는 피의자, 피고인, 피해자 신분으로 겪는 절차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필요한 절차들이에요. 그런데 2차 피해 개념을 이렇게 모호하게 집어넣으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위해 진행하는 조치들까지도 2차 피해로 규정하게 돼요. 그래서 다른 범죄의 피의자나 피고인이라면 누렸을, 상대방과 동등하게 재판과 수사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민주주의 사회의 소중한 가치들이 운동의 이름으로 훼손되는 상황에 대해 진보 진영이 문제의식을 가질 것을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촉구한다.
페미니스트 운동의 ‘성공’
그런데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 가고 있는가?
이선옥은 페미니즘 운동이 언어의 선점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운동의 성공’이 과연 우리 사회를 정말 더 나은 사회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한다.
여성혐오, 남성혐오, 노인혐오, 난민혐오 등 어느 대상에든 ‘혐오’라는 말을 붙여 조어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고, 동료 시민을 여혐, 남혐으로 낙인찍으면서 결국 혐오의 총량만 많아진 사회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마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성별 갈등과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라면서 한 번도 이전 세대 같은 특혜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2030 남성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강자 남성’으로 프레임화하는 데 반발한다. 가부장제의 특혜는커녕 취업 시장에서 군대라는 페널티를 받았다고 여기는 젊은 남성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중심적 정책들에 문제 제기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 제기는 조직화되지 않은 목소리이기에 이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 세력도 없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실체가 없는 게 아니다. 2018년 5월 대검찰청에서 개정해 적용하기 시작한 성범죄무고수사유예지침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현실적 부작용을 가져온다. 간단히 말해, 무고죄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려고 혹시 무죄일 수도 있는 성범죄 피의자의 ‘상대방과 동등하게 재판과 수사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유독 여성관련 범죄에 한해서만 예외 장치를 두는 것은 자칫 누구나 공정하게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을 적용받지 못하는, 이른바 남성 2등 시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보루여야 할 정부기관이 위헌성을 감지하는 감수성이 무뎌진 현실과, 특히 개인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진보 진영이 인류가 역사적 투쟁을 통해서 힘겹게 얻어낸 무죄추정의 원칙 같은 기본권을 손쉽게 후퇴시키는 데에 앞장서는 아이러니에 안타까워한다.
페미니스트 진영에서는 여성 정책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양성평등의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일시적 성장통으로 치부하지만 오히려 혐오의 넓이와 깊이만 더 확대되는 것은 아닐까? 이선옥은 2030 남성의 시대정신이 억울함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누구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때 분노가 쌓이고, 분노가 쌓이면 증오 범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게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반발로 이어져서, 극우 세력이 발호할 수 있는 토양이 될까 우려한다. 갈등이 더 고조되기 전에, 혐오가 더 쌓이기 전에, 균형을 찾는 공정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성평등은 가치고, 페미니즘은 이념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공정함을 바란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도 여러 페미니즘적인 정책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 하지만 이선옥은 “페미니즘은 이념이고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한 가지 방안”이라며 “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가치이지 이념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저자가 짚은 문제의 핵심은 ‘공정함’이다. 공공의 이익과 직접 연결되는 고용, 주거, 교통, 안전 이슈에 대해서 정부는 결코 차별적 특혜를 준다는 인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안심주택을 사례로 들며, “젊고, 근로 능력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성에게만 혜택이 가는데도 모든 일반 여성에 대한 특혜처럼 보이는 정책”이라 꼬집는다. 주거 곤란 상태에 빠진 결손 가정이나 독거노인보다 여성이 더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장애인 단체의 요구로 시작되었지만,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교통 약자에게 혜택을 준 저상버스 도입 사례처럼, “정책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다른 사회적 약자도 함께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책은 특정 대상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모든 사람의 삶을 관통하기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조직으로 결집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여성보다 더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외면하는 지금의 여성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주거 문제와 같이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는 정책의 취지는 일부 특혜 집단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보편적 공감대를 확보한 뒤에라야 정책 효과를 성취할 수 있다. 그러니 ‘공동선’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 여성 중심적 정책이 상대적 박탈감과 불공정에 대한 저항심을 낳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페미니스트들의 이중잣대, 언더 도그마에 빠진 진보언론, 편승하는 정치권
저자는 페미니스트들의 이중잣대, 언더도그마에 빠져 페미니즘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진보언론, 이에 편승하는 정치권.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공정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성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이중잣대’ 문제다. “남성이 하면 혐오, 여성이 하면 미러링”이란 말이 대표적이다. 이런 주장은 페미니스트들이 자의적으로 규정한 혐오 개념에 바탕을 둔 주장일 뿐,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혐오 개념으로서는 설득력이 없다. 혐오의 발언은 ‘남녀’를 구별해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진보 언론과 지식인 들은 ‘여성들아, 마음껏 혐오해라’라며 이들의 혐오발언에 면죄부를 주고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워마드 등의 반사회적 행동까지 모두 의미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여가부 진선미 장관은 “소라넷은 메갈리아의 미러링 때문에 폐지된 것”이라며 행정부처의 수장이 미러링이라는 운동 방식에 공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진 장관의 주장과 달리, 메갈리아의 소라넷 폐지운동의 성과는 미러링이 아니라 국제 청원, 불법 몰카 근절 캠페인, 기부 팔찌 캠페인 등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아주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얻은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운동이 굳이 혐오 언어에 기대지 않고도 얼마든지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암시하고 싶어 한다.
“공정함을 상실한 편향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경계하는 저자는 우리가 좀 더 공정한 방식으로 약자를 위할 수 있음을 마지막까지 호소한다. 그것이 신속한 진보를 가져다주지는 못할지라도,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사회에 파고든 혐오의 총량을 줄여가며 진일보하는 길이라고.
<우먼스플레인>은 2018년 9월부터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방송한 젠더이슈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방송영상은 <김용민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831500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6월 10일 |
쪽수 | 296쪽 |
크기 |
144 * 210
* 20
mm
/ 435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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