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의 대부분은 밥 때문이고 그 과정에 언제나 밥이 있었다.
누가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행복지수의 대부분은 밥이 차지한다잖아.
그러니까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 다른 건 필요 없고 그냥 밥 한번 먹자.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러한 방식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냥 그게 다야. 우리 언제 꼭 밥 한번 먹자.
- <프롤로그> 중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소중한 것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빈도는 점차 늘어났다. 어떤 것이든 가볍게 생각할 배포가 있어야 나의 삶이 무겁지 않음을 몸소 경험한 횟수가 많아졌다. 그 무엇을 소중히 여긴다 해도 영원한 것이 없는 유한한 것이었고, 내가 온 맘을 다해 소중하게 여긴다 해도 그 관계의 소중함이 쌍방으로 성립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아끼기만 해선 내가 깊게 경험해보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들이 이 세상엔 너무 많았다.
- <밥 먹듯 알아가고, 밥 먹듯 사랑할 것> 중에서

아직은 그 비율이 완벽하지 못할 순 있어도, 그 맛이 조금 엉성할지 몰라도. 누군가에 입맛엔 영 별로일지 몰라도. 그래도 지금껏 나를 맛봐왔던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변하고 있는 내가 어느 정도 입맛에 맞아가고 있나 보다. 전에 나란 사람은 선택받지 못했고, 뱉어지는 일이 많았었는데 요즘의 나는 조금씩 마음을 주고받으며 상대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삼킬 수 있을 만한 정도의 맛이 되었나 보다. 언제부턴가 나, 조금씩 섞여가고 있었다.
- <돌체라떼> 중에서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은 단지 그것의 조절이 참 힘든 사람일 뿐이라 생각하고 넘겨버리자. 그런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치며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주거나 하는 맞서는 행동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로 인해 겪을 주변인들의 시선 또한 견디기 힘들 것일 것이다. 그것을 왜 잘못을 하지 않은 본인이 짊어지어야 하는가? 어쩌면 그 사람의 행동을 이렇게나마 이해하면서, 나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볼 기회를 만드는 것이 나에게 백번 이롭다. “나도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한 적이 있을까?” 정도로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서

당신의 관계 안에서의 방식은 찍먹에 가까운가, 부먹에 가까운가. 그렇다면 상대의 방식은 찍먹에 가까운가 부먹에 가까운가. 그것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있는가 아닌가. 어쩌면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다. 깔먹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위해선 서로의 방식이 옳다 하며 끈질기게 설득하는 과정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만의 방식을 개척해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 <부먹과 찍먹, 그리고 깔먹> 중에서

꼭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 것은 아닐지라도 속으로 함께 있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했다. 그 존재만으로 감사함을 가졌다. 이 음식에 대한, 또 노력에 대한 감사가 아닌 함께 이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했다. 이것은 나에게도 나만의 가족이 생긴다면, 대물림되는 사랑처럼 대물림하고 싶은 감사였다. 신이 정말로 있든 없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서로가 감사한 마음은 잊어버리면서, 요구하는 관계가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신에게, 이 세상에 단지 그 사실만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이 작은 두 손을 모아본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이 음식을 함께 먹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 <먹기전에 기도를 하는 행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