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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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 쉬고, 그냥 신기해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된 유럽 기차 여행. 론리 플래닛의 앤서니 헤이우드가 꼽은 ‘유럽 최고의 기차 풍경 베스트 10’ 중에서 선택한 4개의 노선을 포함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겨울 알프스를 보고 이탈리아의 초봄을 느낄 수 있는 기차 여행을 계획하고 떠난 저자의 슬프고도 즐거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 오지은
81년생. 음악을 만들고 부르고 글을 쓰는 사람.
듀오 heavenly를 결성하여 2006년 17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음악계에 등장했다. 2007년 자신의 레이블 sound-nieva를 설립하여 스스로 기획 제작한 1집 [지은]이 놀랄만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한국 음악 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된다. 이후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은 2집 [지은]을 발매하여, 솔직하고 자기고백적인 가사로 동세대 여성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오랜 음악동료들의 참여로 완성도를 극대화한 3집 [3]까지 정규앨범을 발표했으며, [오지은과 늑대들] [오지은 서영호]를 비롯해, 이상순과의 싱글앨범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쳤다.
오지은은 책 『홋카이도 보통열차』와 『익숙한 새벽 세시』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등의 에세이를 발표하며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구석을 좋아하는 사람
깨달음이 없는 여행
론리 플래닛의 앤서니 헤이우드가 꼽은 유럽 최고의 기차 풍경 베스트 10
헬싱키 반타 공항
도착의 날
애매한 오스트리아
집주인 E
첫번째 기차, 제메링 철도
두번째 기차,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세번째 기차, 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
산장의 체르마트
네번째 기차,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밀라노의 우울
다섯번째 기차, 친퀘테레
라스페치아 응급실 소동
여기는 토스카나의 피렌체요
아울렛과 멘델스존과 열쇠소동
극장 오데온
누가 두오모에서 만나자거든
개똥과 나폴리
소렌토 실패담
마지막 기차, 시칠리아 밤기차
시칠리아 옥탑방
암스테르담 고흐
에필로그-촛대를 바라보는 여행
추천사
-
오지은 작가는 놀라울 만큼 근사한 공기 채집가다. 책을 펼치면 오래된 기차 의자의 감촉과 크루아상의 바삭거림, 객실 안과 밖의 기분 좋은 온도차, 햇빛과 눈,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빛이 그대로 있다. 단어와 단어 틈에 내려앉은, 가보지 못한 곳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입자들에 감탄하고 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두운 터널과 터널 사이, 아주 잠시만 만날 수 있는 빛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잘 포착하는 사람은 슬픔과 괴로움도 잘 포착할 수밖에 없어서, 먼 여행을 떠나 작고 무용해 보이는 경이를 담아 돌아와야 한다. 마음속에 완벽히 보존된 몇 초 동안의 풍경과 바람 한 줄기가 우리를 끝내 구하지는 못할지라도, 부드럽게 웃게 하는 것만으로 결코 무용하지 않다고 믿는다.
책 속으로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으로 비행기표를 샀다.
그냥 잘 쉬고 싶다.
그냥 신기해하고 싶다.
기차를 타고 알프스 한가운데를 달리고 나폴리에서 피자를 먹고 싶다.
그래도 될지, 내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오늘 내가 한 생각 중 가장 멍청한 생각일 것이리라.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12쪽
아침식사는 특별하다. 왜냐하면 아침엔 지독하게 입맛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밤엔 뭐든 맛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맛있는 아침식사는 날 몹시 흥분시킨다. 아침 입맛에도 맛있는 거면 정말 맛있는 거다. 순수한 기쁨, 눈이 떠지는 쾌감. 그래서 여행지에 가면 이 도시 최고의 아침식사는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찾아보곤 한다. 빈에서는 임페리얼 호텔이었다.
-25쪽
안 좋은 상상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된다면? 이런 말을 하면 항상 나의 모친은 말이 씨가 된다면서 내 손등을 때리곤 했다. 하지만 사고는 불운의 별자리 아래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중은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지금이 있다. 어찌되었든 떠날 수 있는 지금.
-47쪽
글래시어 익스프레스, 다른 이름으로 빙하특급, 별명은 세계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 먼 옛날 빙하가 만든 흔적을 볼 수 있어 빙하 특급이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알프스 깊은 골짜기 빙하의 흔적을 볼 수 있다니.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지나치게 탁월한 경험을 해버리면 다음이 없을 것 같아 두려워진다.
-51쪽
사람들이 기차를 보고 손을 흔든다. 부끄럽고 귀여운 마음. 나도 미스코리아가 된 마음으로 손을 흔들어봤지만 열차 제일 끝에 있어서 그들의 가시거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57쪽
산장의 체르마트.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슈퍼에 들러 우유와 주스를 사고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고 돌아왔다. 동네가 평화로워 하루의 위기가 겨우 ‘하마터면 염소 우유를 살 뻔했다’ 정도였다.
-63쪽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이런 눈보라 속을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 기차여행이라는 호사.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는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하얘서 아름답다.
-70쪽
여행자에게는 단편적인 인상 몇으로 결론을 내릴 특권이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 편견이 깨지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도 있다. 역시 가보지 않으면 몰라.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하고 깨닫고 싶은 욕심.
-73쪽
나는 뛰쳐나가 손을 흔들며 열쇠가 고장났다고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오케이 오케이. 다들 침착했다. 어떻게 그렇지? 열쇠는 원래 부러지기 마련이야, 이런 느낌의 침착함이다.
-107쪽
출판사 서평
여행의 공기를 채집하는 사람, 오지은.
『익숙한 새벽 세시』 이후 3년 만의 신작!
우리는 때에 따라 두 가지 마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지은은 어떤 때라도, 어느 곳에서도 두 가지 마음을 모두 끌어안는다. 그래서 선택한 그의 여행 방식은, 기차 여행이다. 기차는 우리를 떠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구석진 안전한 자리를 내준다. 기차 안에서 마주하는 바깥 풍경은 아름답지만,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오지은 작가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백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여행자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가 특별해진다. 우리 삶이 가진 두 개의 모습, 그래서 발생하는 삶의 아이러니. 그 모두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여행. 그것이 오지은의 여행이다.
“커다란 산맥을 보는 여행이 있으면
작은 촛대를 보는 여행도 있다.”
구석을 좋아하는 사람의 여행, 끝나지 않는 인생의 아이러니
시적인 가사로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는 뮤지션이자, 누구도 살피지 않는 작은 마음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작가, 오지은. 그가 출간과 동시에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익숙한 새벽 세시』 이후 3년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이 세상은 마치 지나친 열정과 지나친 우울이라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듯, 한쪽에서는 성공의 방식을 공유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는 자족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어느 한쪽의 삶을 선택해야만 할까.
오지은은 이 책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한다. “구석에 파묻혀 있는 걸 좋아하면서 또한 여행을 좋아하다니. 아이러니와의 계속되는 싸움이다.” 그의 말처럼 인생의 아이러니는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에도 마주하게 되는 일상이다. 하지만, 피할 길은 없어보인다. “혼자 울적하다는 이유로 맛있는 것도 먹지 않고 낯선 곳에서 긴장하고 불안해하다 좋은 순간을 놓치겠지만, 알면서도 또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나니 괴이한 일이다. 그래도 여행. 대체할 것이 없다.”
이처럼 우리에겐 구석에 숨고 싶은 마음과 그 마음을 떨쳐내고 훌쩍 아름다운 것을 보러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우리는 때에 따라 두 가지 마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지은은 어떤 때라도, 어느 곳에서도 두 가지 마음을 모두 끌어안는다. 그래서 선택한 그의 여행 방식은, 기차 여행이다. 기차는 우리를 떠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구석진 안전한 자리를 내준다. 기차 안에서 마주하는 바깥 풍경은 아름답지만,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오지은 작가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백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여행자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가 특별해진다. 우리 삶이 가진 두 개의 모습, 그래서 발생하는 삶의 아이러니. 그 모두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여행. 그것이 오지은의 여행이다.
오지은의 여행기는 슬프지만 즐겁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이번 오지은의 유럽 기차 여행은, ‘그냥 잘 쉬고, 그냥 신기해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론리 플래닛의 앤서니 헤이우드가 꼽은 ‘유럽 최고의 기차 풍경 베스트 10’ 중에서 선택한 4개의 노선을 포함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겨울 알프스를 보고 이탈리아의 초봄을 느낄 수 있는 기차 여행을 계획한다.
오지은은 전작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서 ‘달라지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로 기차 여행을 떠났었다. 하지만 이번 기차 여행은 ‘그냥 즐겁고 싶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그래서 이번 에세이는 전작보다 더욱 담백해졌다.
소설가 정세랑의 표현대로 “오래된 기차 의자의 감촉과 크루아상의 바삭거림, 객실 안과 밖의 기분 좋은 온도차, 햇빛과 눈,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빛”에 대한 묘사는 여전하지만, 담담해졌다. 그리고 이 담백함에는 슬픔이 묻어 있다. 오지은의 슬픔은 구석을 좋아하는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을 모두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는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창밖으로 알프스의 빙하를 보며 “아무것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들은 무엇일까. 달라진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것. 내 마음의 크기가 작으면 작은대로, 보듬어주는 것. 마음의 크기를 확인하는 것을 슬프지만, 즐거운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오지은의 여행기는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즐겁다. 삶의 단면이 아니라, 우리 삶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8451319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9월 20일 |
쪽수 | 152쪽 |
크기 |
131 * 191
* 14
mm
/ 25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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