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반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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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이상한 밤, 하얀 겨울의 도시, 삿포로 그리고 오타루.
부시도록 아름다운 비에이의 풍경 속을 고양이의 걸음으로, 달고 차가운 삿포로의 눈 위를 사박사박 걸으며 발견한 홋카이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서정적인 사진과 글, 꼼꼼한 정보로 담아낸 여행서. 부드러운 언덕 사이에 서있는 나무를 이정표 삼아 초록 들판과 황금빛 밀밭, 하얀 메밀꽃과 해바라기의 언덕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보라색 물결이 일렁이는 라벤더의 바다가 펼쳐지는 비에이, 그곳에서 예쁜 카페를 찾아가고 다시 가고 싶은 단골 식당을 만들며 느린 여행자의 지도를 그리며 보낸 여름은 잘 구운 빵을 통째로 먹은 듯 충만하였다. 눈과 맥주, 그리고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삿포로의 큰 길을 살짝 벗어나면 침엽수 숲이 우거진 청량한 공원과 백곰이 사는 작은 동물원 옆에 수수한 멋을 지닌 성실한 카페와 다정한 작은 숍과 소박한 맛집, 상냥한 숙소가 숨어 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기차로 도착한 메르헨의 세상 오타루. 시리도록 푸른 북쪽 끝 호수 시코츠호를 앞에 두고 하얀 눈을 맞으며 하는 온천욕. 꿈꾸었던 삶을 잠시 살아본 여름과 겨울의 홋카이도 여행. 혹시 당신도 홋카이도에 반하게 될까요?
작가정보
저자 최상희
소설가. 때때로 여행하고 글을 쓴다. 새로운 제주 여행법을 제시한 [제주도비밀코스여행]에 이어 [다시,제주]를 펴냈다.
동생과 함께 작은 출판사 '해변에서랄랄라'를 운영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고 있다. 여행서 [치앙마이 반할지도], [오키나와 반할지도], [북유럽 반할지도], [다시,제주] [제주도비밀코스여행]과 소설 [델 문도], [그냥, 컬링], [바다, 소녀 혹은 키스], [하니와 코코] 등을 썼다.
저자(글) 최민
저자 최민
평소에 최대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쌓은 여행력으로 때가 되면 최선을 다해 여행한다. 책, 꽃, 커피를 우선 순위로 두고 세운 여행 계획이 향후 150 여 년 분량 쌓여있다.
작은 출판사를 랄랄라 노래하며 운영하고 있다. [치앙마이 반할지도], [오키나와 반할지도], [북유럽 반할지도]를 언니와 함께 썼다.
그림/만화 엘
목차
- prologue
Biei
나무의 방향으로, 켄과 메리의 나무
여행자의 세포, 세븐스타 나무
이름 없이도, 마일드세븐 나무
부모와 아이의 나무, 오야코 나무
여행의 이유, 크리스마스 나무
붉은 지붕이 있는 풍경, 메르헨노오카
몇 겹으로 이어진 능선 너머, 신에이노오카
언덕의 양 목장, 오쿠노산보미치
누군가를 위한, 사계채의 언덕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호쿠세이노오카 전망공원
여름으로 가는 문, 아루우노파인
피크닉의 기분, 소곤소곤 샌드위치- 피크닉
낭만에 대하여, 랜드 카페
티티새의 양과자점, 메루루
자작나무의 카페, 버치
빵의 성격, 팡코보 코무기바타케
밀의 노래, 햇살의 빵 - 비브레
등 뒤의 기억, 카페 드 라페
여름의 목장, 팜레스토랑 치요다
삶은, 때로는 - 다쿠신칸
우연이 빚은 푸르름, 아오이이케
흰 수염 폭포, 시로히게 폭포
꿈이 되는 꿈, 알프롯지
비에이 역
세모의 마을
채소의 기분, 비에이 센카
비에이의 밭, 홋카이도의 눈 아스페르쥬
큼직한 새우튀김, 준페이
카레우동의 부러움, 코에루
여분의 카페, 다방 사잔카
마츠리의 밤
지나다 본 풍경
무인 판매대
길가의 채소 가게
잠시 빌려 쓴 작은 집
Furano
노롯코 열차
일렁이는 보라, 팜 도미타
달고 차가운 맛, 도미타 멜론 하우스
여름, 산타의 수염 - 포푸라 팜
요정의 숲, 닝구르테라스
숲의 시계, 모리노토케이 카페
치즈의 오후, 후라노 치즈 공방
바람의 언덕에 서서, 가미후라노 플라워 랜드
포도밭 옆 과자점, 캄파나 롯카테이
그때,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 히노데 공원
각설탕의 마을
엄격한 카레, 마사야
내일의 여행이 기대되는, 포레스트뷰
작은 그네를 탄 행복, 리카로카 카페
카페, 꽃, 고등어 - 하나 시치요 카페
전망대 옆 대관람차, 미야마토우게 전망대
Sapporo
요정의 방문, 언와인드 호텔
공원의 마법, 나카지마 공원
불가항력의 샌드위치, 샌드리아
예측 불허의 기쁨, 머큐리 카페
흰 눈 내리는 백곰의 오후, 마루야마 동물원
긴 숲의 터널, 마루야마 공원
깊은 숲의 커피, 모리히코 카페
작고 다정한 빵집, 마루무기 빵집
개구리 모양을 한 행복, 꾸스 꾸스 오븐 하퍼스
달빛 다락방, 프레스
팬케이크의 전설, 마루야마 팬케이크
홋카이도 식 환대, 미야비
차갑고 황홀한 북극의 별, 삿포로 맥주박물관
밤의 여행자들, 라무
양을 쫓는 모험, 다루마
마무리는 파르페 - 파르페, 커피, 리쿠르, 사토
이상하고 아름다운 북국의 밤, JR타워 전망대
대관람차가 보이는 창, 라장 스테이
고양이의 걸음으로, 숲의 교정 - 홋카이도 대학교
오늘의 빵, 사이좋은 단팥빵 - 콧뿌 빵집
물고기는 강을 거슬러, 니조 시장
춤추는 바다, 오이소
우리의 이정표, 오도리 공원
굿모닝, 커피 - 바리스타트 커피
아카렌가의 건물, 홋카이도 구본청사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삿포로 시계탑
도서관의 과자점, 멜랑콜리의 케이크 - 기타카로 삿포로 본관
눈 오는 밤의 사박사박 쿠키, 롯카테이 삿포로 본점
따뜻함의 온도, 수프카레 사무라이
호쾌한 한 그릇, 라멘 소라
수다스러운 택시 기사, 신겐 라멘
여행의 기억
몽상가의 방, 호텔 몬테레이 삿포로
사르르 녹아내렸다, 밀크 하우스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 디앤디파트먼트 삿포로 바이 3KG
오늘의 런치, 몽상가의 코스 - 요리 비스트로 쁘띠 레지옹
그곳은, 꿈이 사는 집 - 스페이스 1-15
예쁘고 다정한 쿠키, 캡슐 몬스터
포옹 혹은 수프의 위로, 키친 토로이카
건강한 밥 한 끼, 다베루토쿠라시노켄큐쇼
느긋하게 살고 싶다, 카페 츠바라츠바라
스며드는 풍경, 사토 커피
햇살은 그곳에 남아, 이시다 커피
상냥한 아침, 네스트 호텔 삿포로 오도리
Otaru
바다를 달리는 기차
두 계절의 기차 역, 미나미오타루 역
메르헨의 멜로디,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
눈의 거리, 치즈케이크의 성 - 르타오
달콤한 가게들, 롯카테이와 기타카로
러브레터, 오타루 사카이마치 우편국
사카이마치도리
오래된 찻집, 쿠보야
햇살 가득한, 어슴푸레한 장소 - 기타이치홀
오타루의 초밥집, 히키메
두 계절의 풍경, 오타루 운하
고양이의 숨바꼭질, 기찻길 - 구 테미야센 선로
Lake Shikotsu
북쪽 끝 호수, 시코츠호
호수의 아침, 밤의 여행자 - 미즈노우타
눈 내리는 소리만 있는 아침, 마루코마 온센 료칸
카레향이 나는 료칸의 카페
홋카이도를 기억하는 작은 기념품
special tips 홋카이도 여행법
날씨, 항공, 교통, 공항에서 시내 가기, 쇼핑 정보
홋카이도의 맛, 호텔부터 료칸까지 다양한 숙소
책 속으로
부모와 아이의 나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진을 들춰보면 과연 큰 나무 사이에 작은 나무가 서있는 모습이 부모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구나, 하고 기억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 나무를 보러 가는 길에 우리 앞을 큰 웃으며 달려가던 아버지와 어린 아들, 우리를 감싼 투명하고 부드러운 공기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의 모습, 그때 우리가 나눴던 대화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언가 즐겁고 좋은 이야기를 했던 그날의 풍경들이 살며시 내 안에 남아있어 어느 날 문득 떠올라 미소 짓게 한다.
붉은 지붕이 있는 풍경
‘목가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다. 농촌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우며 서정적인, 또는 그런 것. 이런 뜻도 있다. 소박하여 전원다운 맛이 있는 것. 아마도 이런 풍경이겠지. 저 멀리 펼쳐진 풍경. 푸르스름한 새벽빛과 새소리에 일어나 땀 흘려 일군 것으로 소박한 식사를 하고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달리거나 두려워하는 일 없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고 내일의 날씨를 짐작해보며 잠이 드는 삶. 언젠가 살아보고 싶지만, 아마도 그리 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 드는 풍경.
여름으로 가는 문
부드러운 언덕 위에 위치한 마을은 내가 떠나온 도시보다 한결 서늘했지만 여름의 색은 강렬하고 선명했다. 군더더기 없는 햇살, 풍요로운 숲, 입자 하나하나가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청량한 공기. 초록 벌판을 쭉 달리면 그대로 푸른 하늘에 가닿을 것 같은 길. 그 길 사이에 예쁜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는 하루 종일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다. 카페에 딸린 작은 잡화점을 구경하고 정원의 고양이와 놀고 있는데 빈자리가 났다고 점원이 부른다. 아침마다 구워내는 빵이 맛있다는데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치즈 퐁듀, 비에이 우유로 만든 치즈를 이용한 인기 메뉴다. 부드럽게 녹은 치즈에 소시지와 구운 채소를 찍어 먹는다. 풍성하고 신선한 비에이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문득 고개를 드니 저만치 여름 한 자락이 뚝 잘려 걸려 있었다.
빵의 성격
빵에도 성격이 있을 것 같다. 팥빵은 원만하고 진득한 성격일 것 같고 크림빵은 친절하지만 왠지 의뭉스러울 것 같고 사라다빵은 약간 철딱서니가 없고 크로와상은 어딘가 모르게 좀 잘난 체 하는 구석이 있고 식빵은 덤덤하고 바게트는 까칠하지만 알고 보면 속은 부드러운 스타일일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다.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빵을 좋아한다. 실은 빵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초록 들판 사이에 맛있는 빵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빵공방 밀밭’이란 이름의 작은 빵집은 홋카이도산 밀가루에 첨가제 없이 천연효모를 이용해 건강한 빵을 구워낸다. 오후에 들렀더니 남은 빵이 거의 없었다. 바게트만 한 개 사서 나왔다. 숙소 창가에 얌전히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으로 먹은 바게트는 속 깊고 다정한 맛이었다.
잠시 빌려 쓴 작은 집
숙소는 나무로 지은 세모의 집이었다. 우거진 숲 깊숙이 위치해 있어, 숙소를 찾아가던 첫날밤에는 으, 무서워, 하고 조금 떨었지만 다음날 아침, 창밖에 무성한 자작나무를 본 순간 기쁨이 조용히 밀려들었다. 산들산들 흔들리는 이파리 사이로 비쳐드는 녹색 여린 햇살이 유순한 나무가 깔린 마루와 흰 벽, 접시를 포개어둔 선반 구석까지 닿아 빛나는 것을 보니 아주 예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기분이 들었다. 창을 열자 냄새도 색도 분명 다른 공기가 집안으로 스며들었다. 이 집이 마음에 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는 토마토와 옥수수, 소박한 빵과 밀크잼, 우유로 식탁을 차렸다. 모두 비에이의 들판이 우리에게 준 것이었다. 이웃 마을 후라노의 멜론이 끼기도 했다. 간소한 식사였지만 차려내고 먹는 행위 모두 소중하고 즐거웠다. 일상에서는 드문 반짝반짝하는 시간. 저녁이면 동네 마트에서 세일을 노려 산 초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하루 동안 찍은 사진을 같이 보고 내일은 어디에 가볼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살면 성자 아니면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무위의 나날이었다. 내일의 날씨를 점치기 위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하루의 마지막 일과였다. 사방은 고요하고 어둑한 공기 속에서 막 내린 이슬과 풀잎의 싱싱한 향이 풍겨왔다. 다행이다. 내일은 맑을 것 같다. 밤하늘에 별이 많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얼마나 조용한 곳에 있다 왔는지 알았다. 그곳은 새소리와 초록빛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존재하는 곳. 그곳에서 며칠간, 우리는 살다 왔다.
요정의 방문
문을 열어보자 방문 앞에 피크닉 바구니가 놓여 있다. 깊은 숲속에서 나와 하얀 눈 덮인 길을 달려온 요정이 몰래 다녀간 상상을 해본다. 바구니 안에는 - 뜨거운 수프를 담은 보온병
출판사 서평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인 홋카이도. 서늘하고 청량한 여름과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이국적인 겨울 풍경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고 여행욕旅行慾을 불러일으킨다.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광활한 홋카이도의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지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메르헨의 도시 오타루와 푸른 북쪽 끝 호수 스코츠호, 초록 들판과 부드러운 언덕 위의 소박한 마을 비에이와 후라노. 숲과 호수를 좋아하는 언니와 예쁜 카페와 사랑스러운 풍경을 좋아하는 동생이 비에이에서 보낸 여름과 삿포로에서 지낸 겨울. 필름 카메라로 담은 그 날의 공기와 소소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을 따스하게 적어내린 여행의 감상. 내 좋은 친구에게 살짝 귀뜸해주고 싶은 여행 정보를 꼼꼼히 담은 책은 다정하고 성실하며 늘 유쾌한 여행 메이트가 되어준다.
그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서
햇빛의 파편까지 눈에 보일 듯 눈부신 계절엔 싱그러운 녹음도, 온갖 빛으로 꽃을 피워낸 언덕도 모든 것이 또렷해 보였다. 상큼한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빨리 녹아버렸지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계절은 없을 것 같았다. 아름답고 고요한 여름의 비에이. 그리고 겨울이 왔다.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눈의 세상은 색도 소리도 적었지만 겨울의 공기는 달고 청량하였다. 신나게 썰매를 타느라 꽁꽁 언 손을 호호 손을 불며 찾은 오래된 가게의 라면은 그 온도가 딱 좋았다. 겨울의 삿포로가 하얗고 깨끗한 눈송이처럼 내 마음속에 조용히 녹아들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름의 비에이, 겨울의 삿포로.
삿포로에서 오타루 그리고 비에이와 후라노, 시코츠호까지
홋카이도의 여행지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공통점을 들자면 근사함 정도일까.
바둑판 모양으로 정돈된 도시 삿포로는 처음 찾는 우리에겐 미로를 떠올리게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이란 소설의 배경에 딱 맞는 도시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골목골목 맛있는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는 근사한 미로라면 한없이 헤매고만 싶다. 운하가 조용히 흐르는 오타루에 가스등이 희미하게 켜지자 읽다가 조용히 눈물을 흘렸던 어릴 적 동화가 떠올랐다. 나직한 오르골 소리와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과자점,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 오타루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동화다. 북쪽 끝 푸른 호수, 시코츠호는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온천 마을과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료칸이 있어 호젓하게 쉴 수 있다. 목가적이란 사전적 단어를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마을 비에이는 색색의 언덕이 겹쳐진 풍광이 담담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새소리로 가득한 아침의 공기에 잠이 깨어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찻집으로 오후의 차를 마시러 가던 작은 오솔길,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있던 들판, 유난히 높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새 소리만이 간간히 들리는 그 공간은 마치 세상의 끝인 듯 고요했다. 후라노에서 키워낸 옥수수와 멜론을 사서 숙소로 돌아올 때는 이유도 모른 채 신이 났다. 꿈속을 여행하듯, 홋카이도의 나날은 고요히 빛났다.
예쁜 숙소와 보석 같은 카페, 소박한 맛집
역에서 조금 멀지만 커튼이 드리워진 창이 멋지다든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방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근사하다든가. 여행을 시작한다는 건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는다는 것. 그곳에 내가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미 여행은 시작된다. 모두가 칭찬하는 맛 집도 좋지만 우연히 찾아 들어간 식당이 인생 맛 집이 되기도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매일 아침 볶은 콩으로 소중히 내려준 한 잔의 커피가 여행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멋진 숙소, 맛있는 식당, 주인의 내공이 드러나는 근사한 카페.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고르고 골라 만든 나만의 리스트를 공개한다.
아름다운 여행지에서의 감상
여행지에서 적어내린 글을 보면 대부분 대단할 게 없다. 그날 먹은 음식과 날씨, 그리고 ‘좋았다’ 라는 짧은 감상이 대부분이다. 열심히 적었던 것 같은데 이게 뭐야 하며 설핏 웃음이 나지만,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이 비로소 감상이 되는 것은 일상으로 돌아와 그때를 돌아볼 때가 아닐까. 여행지에서의 감상은 조금 늦게 도착한다. 필름 카메라가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여행의 기억이 살짝 옅어질 즈음 도착한다는 것. 뒤늦게 도착한 사진들을 보며 그 때의 공기를 떠올린다. 왜 이런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조용히 추측해보며 그 날의 즐거웠던 분위기를 복기한다. 여기까지가 여행. 조금은 부드럽게 뭉개진 화상 사이로 아무래도 좋다, 란 생각이 든다면 이번 여행도 성공.
기본정보
ISBN | 9791195592357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4월 05일 |
쪽수 | 272쪽 |
크기 |
132 * 190
* 20
mm
/ 37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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