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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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세상의 견고한 속임수, 그 시간들을 경험하며’에서는 세상이 알려주지 않아서 직접 부딪쳐 체득한 임신, 출산, 육아의 험난한 현실에 대해 고발하고, 2장 ‘아주 만약에 더 버거웠더라도, 너를 사랑해’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를 책임지고 키워내는 일의 의미와 무게에 관해 말한다. 3장 ‘엄마가 아니었다면 그때 나는, 내 마음은, 어땠을까?’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가면서 겪어온 사회적 편견, 불이익, 부당함 등을 고백하며 세상의 각성과 변화를 기대하고, 마지막 4장 ‘아이가 크는 동안, 나는 좀 더 근사한 사람이 되어간다’에서는 아이를 만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자기 모습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담았다.
작가정보
TV와 글쓰기를 좋아해 방송작가를 했고,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책 쓰는 멀티라이터multi-writer가 됐다. 전문직 여성이라고 나름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두 아이를 만나고 그 자부심은 제곱으로 불어났다. 기존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엄마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게 꿈이며, 현재 네이버 ‘엄마방송국’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극한육아 상담소』, 『무조건 엄마 편』, 『위대한 유산』을 집필했다.
저자(글) 오승현
학점은 ‘별로’였지만 자기소개서가 ‘별종’이라 뽑힌 카피라이터. 아이가 태어나면서 숨어 있는지도 몰랐던 꿈이라는 녀석도 같이 태어나, 아이와 꿈을 같이 키우느라 일분일초가 소중한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카피 써서 아이들 밥 벌어 먹이고, 글 쓰며 꿈 벌어 먹이는 이중생활 중이다.
저자(글) 박용미
카피 쓰는 일이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뒤늦게 애미파이터가 되어 삶의 매뉴얼을 다시 쓰고 있다. 꼬마 상전을 뫼시며 허덕이는 나날을 보내던 중 네이버카페 ‘엄마방송국’을 만나 새로운 삶의 기쁨과 겸허를 배워가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_엄마란 이름 속에 묻어둔 85개의 진짜 마음들
1. 세상의 견고한 속임수, 그 시간들을 경험하며
“세상의 많은 것들이 제 영역을 늘려가는데, 왜인지 나의 시공간만은 점점 줄어간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당연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모성 넘치는 프로 엄마가 ‘되어지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어떤 것도 저절로 된 것은 없었다.”
“아무런 문제없이 임신과 출산을 하는 이들은 드문데, 이 사실을 알고 엄마가 된 이들도 극히 드물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야 비로소 ‘외로움’이란 단어를 가슴으로, 온몸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들이 집에 없는 시간, 이제 나 혼자서 집안일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우아한 엄마를 그려왔지만, 현실 속의 나는 짐승 엄마로 살고 있었다.”
“이젠 아이 때문에 늦었다는 핑계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집과 직장 모두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직장맘’이라는 불리한 게임을 결국 시작한다.”
“우리는 똑같이 부모가 되었는데, 나와 당신의 삶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아이가 아픈 건 엄마 탓이라는 죄책감, 하지만 진짜 나쁜 건 세상의 무책임이었다.”
“비록 당장은 못할지라도, 누군간 비웃을 시시한 것이어도, 언젠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으며 행복회로를 돌린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보다 엄마의 촉이 곤란에 처한 아이를 구하곤 한다.”
“늘 함께이기에 가장 친밀한 사이지만, 때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나면 너를 안는 마음이 더 커지곤 해.”
“판타지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엄마라는 드라마, 극장을 가지 않아도 내 삶은 늘 버라이어티하다.”
“술 취한 당신이 ‘썸’ 타는 순간, 잠에 취한 나는 ‘썽’ 날 뿐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만 빼고.”
2. 아주 만약에 더 버거웠더라도, 너를 사랑해
“밤새 울어대는 아이 옆에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같이 숨죽여 우는 것밖에 없었다.”
“울음만 배우고 태어난 너에게 웃음을 가르쳐주기 위해 엄마는 오늘도 웃고 있는 거야.”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이야기에, 이 시기에는 다들 그렇다는 맞장구에, 묘하게도 위안이 느껴진다.”
“나의 비루한 인격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엄마로서의 지혜도 인내와 노력으로 길러지는 것임을 알았다.”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씩 끝나갈 때, 마음이 약해지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어린이집에 보낼까 말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건, 내가 우유부단하거나 유난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관련된 결정은 언제나 두렵고 조심스럽지만, 그중 최고난도의 선택은 아이가 내 손을 떠나 시간을 보낼 어딘가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를 안정되게 한 가장 효과적인 마법은 일관된 어조로 차분하게 일러준 엄마의 언어였다.”
“바로 옆에 잠들어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나 그립다.”
“아이가 자랄수록 가방 속 준비물은 가벼워지고 마음속 준비물은 무거워진다.”
“아장아장 너의 보폭으로 따라 걸으니 온 세상이 경쾌한 음악이 된다.”
“어른의 도움이 필요했던 일을 네가 스스로 해냈을 때, 그 사소해 보이던 것도 내겐 얼마나 벅찬 감동인지!”
“엄마는 걱정을 안 하고 싶지만, 걱정을 멈췄다가 걱정했던 일이 터질까 봐 정말 걱정이다.”
“아무도 내 안녕에 대해 간절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 순간에도 이 작은 아이는 그토록 열정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 사랑받은 기억들을 그대로 박제해 간직하며 평생을 그 힘으로 살아간다.”
“아이라면 누구나 지나는 흔한 과정들일지라도, 엄마에게는 한순간도 놓치기 싫은 경이로운 다큐멘터리가 된다.”
“악의나 계략 없는 너의 행동에 단지 내가 크고 힘이 세다는 이유로 함부로 감정을 배설하고 나면 창피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둘째 아이를 품에 안고서 조리원의 하얀 천장을 편지지 삼아 써본다. 집에서 엄마를 보고파 할 나의 첫사랑에게.”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건 마음의 무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키우라는 말이 아니라.”
“나처럼 살까 봐 걱정하다, 문득 나만큼만 살아도 꽤 괜찮은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싫어’와 ‘안 돼’ 사이에는 말이 느는 아이와 말문이 막히는 엄마가 있다.”
“아이를 만나고, 처음으로 불안하지 않은 사랑을 해본다.”
“텅 빈 놀이터, 열렬히 놀아주면서도 내가 친구를 대신해주는 게 못내 마음 아프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바깥세상을 만난 너의 성장 스토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가전제품들아, 너희들이 없었다면 난 이 모든 걸 해내지 못했을 거야.”
“아이는 매일 내 얼굴에 웃음이라는 꽃을 피운다.”
“시간은 마이너스 통장도, 대출도 안 되는 걸까? 시간 빈곤 계층에서 벗어나고 싶다.”
“엄마가 너보다 너무 빨리 걸으려 해서 미안해. 엄마의 시선으로 먼저 답을 예상해서 미안해.”
“또 다른 나였던 아이가 이제 완벽한 타인으로 자라는 광경이 어쩐지 달콤씁쓸하다.”
“아이와 함께 더 멀리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무겁고 불필요한 짐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엄마와 아이의 사랑 사이에 띄어쓰기가 시작된다. 아이가 세상을 담을 수 있도록.”
“아무리 남들이 나를 ‘엄마’라 칭해도 낯설기만 하던 그 단어가 너의 입을 통해 나의 진짜 이름이 되었다.”
“엄마로서 내가 부족하다 느껴질 때,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한다.”
3. 엄마가 아니었다면 그때 나는, 내 마음은, 어땠을까?
“좋겠다, 나도 내 일을 했으면 좋겠다. 좋겠다, 나도 당연히 늦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전처럼 축하받기 어색해진 그날, 그럼에도 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나의 이름을 지키면서도, 너를 사랑할 시간이 충분한 그런 직업을 가지고 싶다.”
“직장맘의 삶은 몸도 마음도 힘들다. 하지만 내가 시작했으니 그 끝은 특별할 거야.”
“먼저 충분히 듣고 감정 읽기를 해주세요. 그다음에 말하세요. 아이 말고 나한테도 말예요.”
“엄마인 나의 꿈을 물어봐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엄마에게 규정해놓은 꿈 말고도 너무나 간절한 것이 분명 있으니.”
“대형 부부 싸움이 터질 것 같은 순간, 우리의 비무장 지대는 바로 설거지였다.”
“엄마의 삶은 공공의 채점을 바라지 않는다. 당신의 삶이 타인의 평가를 원치 않는 것처럼.”
“서류로 증명할 수 없는 엄마의 가치, 엄마의 잘못이 아닌, 역사의 실수였을 뿐이다.”
“행복한 가정보다 더 중요하고 급하고 우선해야 하는 일이 도대체 세상에 뭐가 있을까?”
“마흔의 내 손에서 마흔의 우리 엄마 냄새가 난다. 서서히 내 삶에 스며든 엄마 냄새가 난다.”
“눈앞에 치우지 못한 티끌이 있더라도 좀 쉬어도 돼. 너의 시간이잖아.”
“자학과 우울, 죄책감의 동굴을 지나 내가 진정한 내 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삶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육아의 세계를 무경험자에게도 적절히 전달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가슴 한구석이 덜 답답할 것 같다.”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아이가 듣고 있는데도 이렇게 쉽게 나에게 무례를 범할까? 내 아이를 위해 이젠 두고 보지 않으려 한다.”
4. 아이가 크는 동안, 나는 좀 더 근사한 사람이 되어간다
“나의 유년 시절을 비추어보면서 내 마음의 빈곤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지 않고 싶어졌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를 통해 나를 배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적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친절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로 했다.”
“내가 좀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해서 글로 나의 호흡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아이를 위해 사는 나를 보며, 이제야 내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엄마 역할을 하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야.”
“‘아우’를 외치던 초보엄마였지만 시간의 마법을 거쳐 나도 ‘우아’한 엄마로 거듭났다.”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이 생긴 후,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모든 것을 아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책이라는 태양, 그 빛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우주가 만난다.”
“하루 종일 부지런 떠는 이 아이처럼, 나 역시 머뭇거리는 시간까지도 꽉 채우며 살고 싶다.”
“남편이 완벽한 타인처럼 느껴지던 날, 혼자 품고 살던 이혼이라는 무기 대신에 부모의 책임감을 두 사람이 공유하며 살아보기로 했다.”
“‘앞으로 뭐가 될까?’보다 ‘앞으로 뭐든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엄마이고 싶다.”
“어머님도 엄마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마음속에 동지애가 피어났다.”
“아이가 우리의 품을 떠나 어른이 되었을 때, 그때 우리 두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예쁜 사람보다 인상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깃들어 있으니.”
“모든 일에 감사하는 일. 내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고 내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가장 건강한 버릇이다.”
“아이와 공유한 작은 웃음 코드가, 그 옛날 별것 아닌 것에도 웃음이 터지던 학창 시절로 나를 데려가주었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 싸우는 과정 속에서 나는 또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해나간다.”
“그 어떤 엄마에게도 타고난 초능력은 없다. 갈고닦은 내공이 있을 뿐.”
“만약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 내 손녀가 엄마가 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처럼 빛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에필로그_ 흔한 일상이 축제가 되고, 사소하게 여긴 것들마저 소중해지는 나날들
책 속으로
물론 엄마라는 이름이 숭고한 희생과 위대한 멀티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기도 하고, 언제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눈물부터 핑 도는 마법의 단어이기는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그 ‘엄마’라고 불리는 존재가 되자 어쩐지 목이 말랐다. 사랑하는 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엄마로 살지 않던 그때의 내 모습도 여전히 여기 그대로 있는데, 나조차도 내 이름 대신 ‘누구의 엄마’라 칭하게 되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말이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보다 더 격렬하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_p.004~005
그런데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속아도 제대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는 기쁨,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겉포장 아래 이렇게 무시무시한 ‘헬 오브 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결혼 새내기, 임신 새내기들에게 이런 걸 알려주지 말라는, 나만 모르는 사회적 약속이라도 있던 것일까? 아니면 나도 이렇게 속아서 살고 있는데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잔혹한 복수극일까? ‘내가 뭘 잘못한 거지?’ 하며 후회하는 것보다 ‘확, 저 인간을!’ 하며 누군가를 탓해버리는 것이 그나마 속이 편할 텐데, 뚜렷이 탓할 대상이 떠오르지 않아 부메랑처럼 다시 내 무지를 탓해버리고 마는 이 현실이 우울하기 짝이 없다.
_p.030
세월은 그때의 꼬마를 엄마의 자리로 데려다주었다. 엄마 노릇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아기가 나를 지능적으로 괴롭히고 있을 리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도 내 마음이 화가 날 때이다. 결국 물건에 화풀이를 하거나 아이에게 마녀 같은 내 표정을 보이고 나면, ‘내가 이렇게 못난 사람이었구나.’라며 걷잡을 수 없이 죄책감과 자괴감이 몰려왔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는 욱하는 일이 막다른 길에서 만나는 스트레스 해소나 정당한 자기방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감정조절 능력의 미숙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기에게 내 존재는 우주인데, 내가 살신성인의 각오로 인내하지 못하면 이 아이의 영혼을 누가 위로해줄까?
_ p.118
태어나 처음으로 완전한 사랑을 해본다. 아이와의 사랑은 언제 꺼져버릴까 불안하지가 않다. 사랑의 온도가 내 신체 온도와 비슷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내 몸속에서 하나였던 기억 덕분인지 이렇게 친밀하게 느껴지는 타인은 처음이다. 아이의 눈빛은 내가 혼내는 와중에도 애정을 속삭이고 있으며, 내가 사랑한다 하면 눈부시게 타오른다. 마구 들이대도 끈적거리지 않고, 마구 얄미운 짓을 해도 영영 헤어질까 겁나지 않는다.
_ p.131
그런데 감정의 쓰나미가 닥친 얼마 후부터 묘하게도 내 안에서 익숙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좋겠다, 나도 일하고 싶어.’
출근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만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녁 약속이 있었으면 좋겠다. 밤에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겠다. 당연하게 늦게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배려를 받으며 잠시 육아에서 벗어나 생산적이면서도 자유롭게 내 시간을 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_ p.168~169
남자들은 일로 꿈꿀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꿈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잘해봐!” 모두 응원을 해준다. 남편의 꿈은 가족 모두의 염원이 된다. 하지만 당신만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아내도 하고 싶은 게 있다. 그런데 꿈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남자들이 꿈을 꾸면 독려받지만, 아이까지 있는 여자가 꿈을 꾸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당장에 일하겠다고 하면 “집안일은? 아이는?”이라는 질문이 되돌아온다. 아니, 왜 엄마에게만 이걸 묻는데? 엄마가 된 후로 엄마의 꿈은 이미 세상이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_ p.183
나는 반쪽짜리 부모가 아니라, 온전한 하나의 부모가 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함께 바꿔나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밀쳐뒀던 아빠로서의 직무유기를 앞으로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 계획을 물었고, 그걸 해준다면 육아와 살림에 있어 나에게 진 빚은 과감히 탕감해주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며칠 후, 오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장문의 편지가 도착했다. 막연한 사과가 아닌, 실전용 계획서였다. 얼렁뚱땅 변명이 아닌, 노력하는 아빠의 실천서였다. 나는 PC에서 이혼 청구서를 지우고, 빈 종이를 펼쳐 ‘부모 유지 계약서’라 적었다. 이 서류는 PC 깊숙이 담아두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곳에 펼쳐놓고 두고두고 실천하며 살아야지. 아빠와 엄마, 둘이 함께 말이다.
_ p.243
출판사 서평
“넘어진 내 삶에 문득 물음표가 생겼을 때,
이 문장들은 시작되었다!”
‘진짜 나’를 지키고 성장시킨 멋진 엄마들의 85가지 이야기
“애는 누가 봐요?”, “집안 살림은 어떡하고요?”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드라마 출연을 감행한 여배우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매우 익숙하면서, 동시에 아빠들에게는 생소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빠가 자기 일에 매진하는 것은 주변으로부터 존중과 응원을 받지만, 엄마의 경우는 다르다. 엄마가 일로 성취하기 위해 아이 돌봄이나 가정 살림에 결핍이 생기면 세상은 불편해한다. 그래서 일하는 엄마에게는 자기를 대신할 주 양육자, 그로 인해 발생된 비용 이상의 소득, 비상 시 가정으로 바로 투입될 수 있는 환경 등 큰 숙제들이 뒤따른다. 그리고 이 턱을 넘지 못한 엄마들은 필연적으로 자기 꿈을 접게 된다. 비단 경제활동뿐 아니라, 엄마가 가족이 아닌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쉽지가 않다.
이렇듯 자기 이름 석 자 대신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정체성이 우선되는 상황에 의구심을 가진 엄마들이 모여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꿈꾸는 엄마들의 성장카페’라는 기조를 가진 ‘엄마방송국’ 회원들이 엄마로서의 경험과 사유들을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담아낸 것으로, 세 명의 작가가 정리해 한 데 모아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묻어둔 마음을 대변한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이뤄진다. 1장 ‘세상의 견고한 속임수, 그 시간들을 경험하며’에서는 세상이 알려주지 않아서 직접 부딪쳐 체득한 임신, 출산, 육아의 험난한 현실에 대해 고발한다. 2장 ‘아주 만약에 더 버거웠더라도, 너를 사랑해’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를 책임지고 키워내는 일의 의미와 무게에 관해 말한다. 3장 ‘엄마가 아니었다면 그때 나는, 내 마음은, 어땠을까?’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가면서 겪어온 사회적 편견, 불이익, 부당함 등을 고백하며 세상의 각성과 변화를 기대한다. 그리고 마지막 4장 ‘아이가 크는 동안, 나는 좀 더 근사한 사람이 되어간다’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만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자기 모습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담았다.
이 85개의 짤막한 이야기들을 이끄는 제목들은 특별해 보인다. 제목이라기엔 다소 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목 문장들을 모아둔 차례를 읽다 보면 마치 엄마들을 위한 긴 시 한 편을 감상한 기분이 든다. 그날따라 마음의 문을 더 두드리는 문장이 있다면, 그것이 이끄는 글 하나만 읽어도 엄마들이 하루치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형이었던 엄마의 두 발이 건강해져야
아이와의 동행이 더 아름다워진다
김승희 시인은 《엄마의 발》이라는 작품에서 ‘엄마의 발은 크지만’, ‘밉게 비틀려 뭉그러진 전족의 기형의 발’이라고 노래했다. 자기 본래 모습을 상실한 채 ‘엄마’로만 제한된 역할 속에서 가족에 헌신하며 살아온 여성들의 괴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희생적 모성애를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보다 건강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은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속 엄마들의 목소리에서도 발견된다.
이들은 엄마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임신, 출산, 육아의 흔한 듯 특별한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임신을 당연하고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여겼다가 조기 양막파열로 미숙아를 낳고 고생한 이야기,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어린아이에게 감정을 배설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처절한 반성, 애 엄마라는 이유로 생전 처음 보는 택시기사에게 희롱당하고도 참아야 했던 경험, 엄마가 되어 비로소 느끼게 된 친정 엄마에 대한 진심, 아이들에게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과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 등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다른 엄마들 다 하는 것, 나만 엄살일까 봐, 유난일까 봐.’라는 자기검열 속에서 줄곧 묻어두었던 진심들이 하나하나 꽃피워 엄마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 역시 ‘엄마방송국’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나기 전에는 솔직한 마음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곳은 육아 용품을 사고팔거나,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흔한 맘 커뮤니티와는 사뭇 달랐다. 엄마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훌륭한 육아만큼이나 엄마 자신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전문직 종사자인 엄마부터, 아이를 키우며 재택근무를 하는 엄마, 다둥이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엄마에 이르기까지, 각자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와 자신을 키워내고 있다. 주기적으로 독서 계획표와 감상문을 올리고, 건강한 몸을 위한 홈트, 회화나 독해 등 외국어 커리큘럼과 같은 것들을 공유한다. 한 권의 책을 꼼꼼히 정독하는 슬로리딩, 매일 정해진 주제에 따라 글쓰기와 같은 활동도 하고 있다.
이들은 엄마가 된 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믿음, 엄마가 된 후 인간으로서 한 단계 발돋움했다는 자긍심, 앞으로도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자신과 생각과 행동을 함께하는 엄마들이 있다는 연대감을 가지며, 이를 책 속에 녹여냈다. 또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자신을 억압하여 생긴 기형의 발 대신 건강한 두 발을 되찾아, 아이에게 ‘나를 위해 희생해준 엄마’ 대신 ‘닮고 싶은 엄마’가 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된 후 자기 삶이 넘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 후배 엄마들이 이 글을 읽으며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희생의 아이콘도, 극성 프레임도 틀렸다
엄마를 수식하는 말은 더 근사해져야 하기에…
엄마들을 위한 책과 서사들이 많아졌다. 기존의 모성 프레임은 지나치게 미화되어 오히려 엄마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는 비판 의식이 생겨났다. 동시에 한쪽에서는 “요즘 엄마들은 유난스럽고 이기적”이라며 혐오에 가까운 시선도 등장했다. 과거에 비해 육아 관련 용품과 정보도 많고,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도 높아졌으며, 키즈카페나 산후도우미 등 육아 보조 서비스들도 많이 등장했는데, 과거 엄마들보다 앓는 소리를 한다면서 말이다.
이런 양극단의 프레임은 모두 엄마들을 제대로 수식하지 못한다.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에서는 엄마들이 기존의 자신을 지키면서, 그 위에 아이라는 존재와의 동행을 통해 멋진 시간들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즉 단절이 아닌 누적을, 상실이 아닌 획득을 말한다. 그렇게 자기 성장을 일궈낸 엄마들은 점점 더 근사해진다. 그 믿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답을 얻어낸 엄마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겼다.
새로운 경험에서 온 시행착오의 고통과 눈물, 미비된 사회적 의식과 제도에 대한 비판, 그 속에서 깨달은 아이와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의미, 그리고 앞으로 더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고찰까지. 이 책에서는 엄마들에 대해 경솔하게 씌워온 옛 프레임을 거부하고, “엄마는 근사하다.”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완벽하게 제시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254049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0월 02일 |
쪽수 | 276쪽 |
크기 |
132 * 212
* 26
mm
/ 42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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